대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44) 씨는 연말을 앞두고 우울하기만 하다. 지난해 여름 수성구 아파트를 분양받고 주위의 부러움을 산 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때 낸 빚 2억2천여만원의 무게감이 갈수록 더하기 때문이다. 그가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1년 뒤 이맘때면 가열됐던 지역 부동산 시장이 긴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 씨는 "월급이 수년째 동결된 상태여서 아이 학원비까지 줄이고 있는데 살림살이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아이 공부 때문에 수성구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가계 부채 폭탄'에 올라탄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대구경북민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개인은 낮은 소득과 높은 가계 부채 때문에, 지역 산업은 불황과 대외 경제적 악재가 겹쳐 내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역 주민의 살림살이는 한마디로 힘들고 불안하다.
①국민연금 수령액 전국 평균 밑돌아
29일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올해 8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대구경북민의 국민연금 수령액(노령연금 기준)은 전국 평균을 밑돈다. 대구가 33만2천원, 경북이 31만3천원으로 평균(34만6천원)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서울(38만2천원)'경기(36만8천원) 수도권보다 훨씬 낮았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납부 기간에 납부액이 적었다는 뜻이고, 이는 곧 대구경북민들의 소득수준이 낮았음을 의미한다. 지역민의 노후가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씀씀이는 줄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의 3분기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에 그쳤다. 전북(1.4%)을 제외하고 전국 17개 시'도(평균 2.8%) 중 가장 낮은 성장세다. 주요 하락 요인으로 음식점'숙박'교육업의 저성장이 꼽혔다.
구매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도 하락했다. 3분기 대구 소비자들의 대형소매점 판매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2.4% 하락 이후 마이너스 성장세다.
②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전국 최고
부동산 활황을 타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으로 돌변할 판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대구경북의 주택담보대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대구 14.0%(2조9천553억원), 경북 14.5%(1조8천168억원)로 전국 평균 증가율(4.2%)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구경북과 서울 3개 지역 주택담보 증가액을 합치면 12조4천908억원으로 전국의 64.2%를 차지한다. 주택을 사느라 빚까지 지는 사람이 대구경북에서 그만큼 많이 늘었다는 뜻. '가계부채 1천200조 시대'의 직격탄을 지역이 그대로 맞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산업 전반의 전망도 어둡다. 통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수출의 경우 대구는 9% 떨어졌고, 경북은 14.9% 하락했다. 주력인 제조업이 중국의 경기둔화와 중국발(發) 신흥국 경기 둔화 같은 글로벌 악재에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수 불황 같은 대내적 악재가 계속되면서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내년 살림살이는 올해보다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를 해보지만 여러 경제지표상 내년에는 더 팍팍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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