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10년 전 관객 수 넘겨
재개봉 영화 경쟁력 증명…작품 늘려
JTBC 정규 프로로 '빠담빠담' 재투입
높은 시청률·포털 실시간 검색어 올라
◆재개봉 '이터널 선샤인', 개봉 당시 성적 뛰어넘어
국내 개봉 10주년을 맞아 다시 극장가에 돌아온 '이터널 선샤인'은 관계자들까지 놀라게 만들 정도의 흥행세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5년 개봉 당시 '이터널 선샤인'이 동원한 국내 관객 수는 17만 명. 그런데 최근 재개봉 15일 만에 10년 전의 관객 수를 넘어서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28일까지 2005년 성적과 합쳐 통산 40만 명을 돌파하는 관객을 끌어들이는 등 재개봉 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재개봉된 영화가 개봉 당시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린건 '이터널 선샤인'이 처음이다. 국내 재개봉돼 16만 명을 모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쳤고, 이대로 상승세를 타면 2013년 다시 스크린에 걸려 30만 명을 불러들인 '올드보이'의 자리까지 빼앗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흔히 단관개봉 또는 예술영화 상영관 등으로 배급되는 재개봉 영화의 특징상 단기간에 이 정도 숫자의 관객을 모으는 건 쉽지 않다.
심지어 이 영화는 현 박스오피스 차트에서도 10위권, 또 주말에는 5위권 안으로 진입하며 개봉작들과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역주행 영화'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행보다. CGV 측은 '이터널 선샤인'의 놀라운 질주에 이 영화를 'CGV아트하우스 DAY' 12월 작품으로 선정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기회를 제공했다. 이 프로그램은 CGV아트하우스가 엄선한 독립'예술영화를 매월 첫째 주 화요일에 일반 상영관까지 확대하는 행사다. 12월 작품으로 꼽힌 '이터널 선샤인'은 이날 하루 동안 전국 CGV 40개 극장에서 관객몰이에 나선다. 여러모로 '역주행' 기록을 최고치까지 끌어올릴 기회를 만난 셈이다.
미셀 공드리가 연출하고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렛, 또 커스틴 던스트와 마크 러팔로 등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이 영화는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지우려다 파편화된 조각을 떠올리며 더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픈 이별의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울 수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 여기에 사랑이란 감정이 억지로 없애려 한다고 해서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감성적인 접근이 어우러져 절절한 여운을 남긴다. 2005년 첫 공개 이후에도 극장 관객 수는 많지 않았지만 폭넓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수작으로 거론됐던 영화다. 제77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비롯해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최고의 로맨스'로 지정됐고, 올해 BBC가 주관한 미국영화 100선 중 2000년대 이후 멜로 장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네티즌 선정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위에 올랐다.
이처럼 영화 좀 본다는 이들 사이에서 '꼭 봐야 할 영화'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재개봉과 함께 한층 더 젊은 층까지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블로그와 각종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과 SNS에는 '이터널 선샤인'을 관람한 젊은 관객의 감상평이 넘쳐난다. 개봉작이 부럽지 않다.
◆'렛 미 인' '그녀에게' 등 수작 재개봉 이어져
재개봉 열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있었던 현상이다. 신작에 비해 단가가 월등히 낮은 데다 이미 그 인기가 증명된 작품의 경우 VOD와 다운로드 등 2차 판권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어 수입사 입장에선 꽤 안전성 높은 사업이다.
단, 최근 '빽 투 더 퓨처'가 세계 각국에서 동시 재개봉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이터널 선샤인'까지 성공하면서 이제 재개봉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벤트성으로 형식적인 상영을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이젠 재개봉 영화도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돼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재개봉 영화의 경우 많은 관객이 들면 들수록 화제성이 높아져 2차 판권시장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다. 그러니 수입사와 배급사의 입장에서도 어차피 일부의 '보는 사람'만 찾아올 것이란 생각을 바꿔 재개봉 자체에 좀 더 마케팅 비용을 쏟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터널 선샤인'이 몰고 온 '역주행 영화 열풍'을 타고 다시 극장을 찾는 영화 편 수도 늘고 있다. 음악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이 지난달 19일 재개봉됐고, 이미 한 차례 재개봉됐던 '영웅본색'도 최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등 복고 바람에 힘입어 또 한 번 스크린에 걸렸다. 지금도 여전히 케이블 TV에서 수시로 틀어주고 있는 작품인데도 꽤 많은 이들이 홍콩 누아르의 전설을 다시 극장에서 볼 기회라며 들뜬 반응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천재감독이라 불렸던 대니 보일의 '쉘로우 그레이브'도 재개봉돼 영화 팬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12월에도 '러브 액츄얼리' '렛 미 인' '그녀에게'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애니메이션 '피아노의 숲' 등이 역주행을 노리며 스크린 앞에서 대기 중이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관객 수 1천만 명을 모은 화제작 '인터스텔라'도 CGV IMAX관에서 재개봉된다. 하루 정도 이벤트성으로 상영되지만 '이터널 선샤인'처럼 반향을 일으킬 경우 상영일을 늘려나갈 수도 있다.
이젠 방송계에서도 한 차례 방영을 마친 드라마를 재편성하는 케이스가 나와 눈길을 끈다. 남는 시간대를 채우기 위한 일반적인 재방송이 아니라 아예 정규 프로그램 방송시간대에 투입해 '리마인드 편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드라마 '빠담빠담'이다. 2011년 JTBC 개국작으로 방영됐던 이 작품은 스타 작가 노희경과 김규태 PD 콤비가 만들어낸 멜로드라마다. 판타지가 적절히 섞여 있으며 매회 노희경표 명대사들이 터져 나오고 김규태 PD의 잘 짜인 영상이 어우러져 방영 당시 호평을 자아냈다. 정우성과 한지민 등 톱스타들의 열연 역시 화제였으며 JTBC의 채널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초창기였는데도 1.6%(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로 시작해 3%대에 육박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금토드라마 시간대에 다시 편성돼 1.3%의 시청률을 보였으며, 다음 날 오후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정상을 차지하는 등 높은 화제성을 과시했다. 이미 IPTV 등에 올라온 드라마인데도 방영시간에 맞춰 채널을 고정시키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방송관계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물론 당장이라도 VOD 서비스로 만나볼 수 있는 드라마라 향후 시청률을 높이는 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지나간 드라마'가 정규 프로그램 방송시간대에 들어와 신작들과 동등하게 레이스를 펼치고 숱한 이슈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감안해 또 하나의 틈새시장이 개척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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