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영호남 배필 탄생

서울과 경기도에서 활동 중인 국내 한 유명 출판사 대표는 전남 출신이다. 고향이 경북인 공기업 대표는 수도권 생활을 접고 지금은 전남에서 보금자리를 펴고 새날을 보내고 있다. 두 대표의 닮은 점은 배필이 서울에서 대학 재학 때 만나 결혼한 영호남 짝인 점이다. 출판사 대표 부인은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기업 대표 부인은 전남의 한 도시에서 태어났다. 같은 점은 이뿐만 아니다. 출판사 대표는 대구경북 문인을 기리는 사업을 10년 넘게 하고 있다. 기업 대표는 지난해 기업 이전으로 부인 고향 부근에서 다닌다. 두 대표 모두 부인 고향과의 인연을 더욱 다지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이 태어난 대구경북 등의 영남은 오랜 세월을 거쳐 나름 평가를 받는 곳이다. 경기도에서 태어나 비교적 진보적 시각으로 실용 노선인 실학(實學)의 길을 간 학자 이익(1681∼1763)의 평가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호를 딴 저서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영남속'(嶺南俗),' 영남오륜'(嶺南五倫) 등 여러 편의 영남 관련 글을 적었다. 그는 "영남은…서로 구휼(救恤)하는 일에 독실하여…빈한한 선비의 낙토(樂土)라고 이를 만하다", "후한 풍속, 즐거운 땅, 인의(仁義)의 시골"이라 평가했다. 그 연유를 신라의 남은 풍습 때문이라 분석했다.

이러한 역사 속 평가와는 달리 오늘날 영남은 정치적으로 잘못 전달되고 왜곡된 모습으로 낯설게 비쳐진다. 바로 그런 낯선 영남에 호남 젊은이들이 들렀다. 지난달 27, 28일 대구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영남 여성 40명과 호남 남성 40명의 '달빛 오작교'라는 만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모임은 대구시와 광주시의 후원을 받아 본사와 광주의 무등일보사가 주최했다. 영호남 교류와 발전의 주역이 되자는 뜻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언론사 '행매'(行媒'맞선)로 두 곳 청춘이 '문명'(問名)으로 서로의 이름도 알았다. 배필 탄생까지 거치는 6단계 중 두 과정을 한꺼번에 마친 셈이다.

역시 젊은이답게 어색함은 잠시였다. '아~따' '오빠야~' 등 서로 정겨운 사투리로 영호남을 넘나들며 즐거운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아쉽게 작별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남긴 여운은 짙다. 청춘의 만남이 '달빛고속도로'(88고속도로'광대고속도로)로 좁혀진 물리적 거리를 더욱 줄일, 두 사례처럼 서로 배려하는 영호남 짝의 탄생을 믿는 터여서다. 심리적 거리마저 사라지는 그날, 영호남은 함께 '후한 풍속, 즐거운 땅, 인의의 시골'이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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