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찾으면 포스코의 높다란 굴뚝이 먼저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철강공단의 큼직한 구조물이 바로 포항의 첫인상이다. 포스코는 포항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존재다. '포스코가 기침을 하면 포항 전체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현재가 그런 상황이다. 포스코가 기침에 재채기까지 하고 있으니 포항 사람들의 삶이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포항에 처음 온 것은 4년여 전이다. 그때만 해도 포항은 흥청망청까지는 아니었지만, 활기가 넘쳐났다. 식당에는 손님들이 바글바글했고 밤늦게까지 술 먹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MB 정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지만, 철강 경기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과거의 향수에 취해 이렇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맨 먼저 점심시간이면 식당에서 자주 부딪히던 푸른색 작업복의 포스코맨들이 보이지 않게 됐다. 포스코의 성과급이 확 줄었고 협력업체의 납품 단가가 계속 깎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2, 3년 전부터 신도시인 양덕동의 음식점, 술집에 손님의 발길이 줄기 시작해 지금은 시청 주변의 이동에도 빈 상가가 늘고 있다. 철강공단에는 도산하는 업체가 계속 생기면서 포항 경제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내년에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포스코가 경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협력업체, 하청업체에 대해 '공정 경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구태와 비리가 타파돼 사회정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가 각종 입찰, 재계약 등을 통해 납품 단가를 지금보다 더 깎고, 지출을 더 줄일 것이 분명하다. 포스코가 지금까지의 '인정주의'에서 벗어나 삼성'현대처럼 철저한 이익 중심의 경영을 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슬픈' 소식이기도 하다. 어쨌든 포스코에서 나오는 돈줄이 말라버리면 포항 경제는 지금보다 더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강덕 시장과 포항상의가 외자 유치, 위원회 조직 등을 통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그 효과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포항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함은 누구나 안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포항은 서서히 고사하고 만다. 작은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무엇인가. 내년에는 활기찬 포항의 본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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