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우서 감독까지…시골 주민들이 제작한 '리얼 영화'

상주 은척면 황령1리 31명, 8개월 만에 '초황령' 완성

상주 은척면 황령1리 주민들이 출연한 영화
상주 은척면 황령1리 주민들이 출연한 영화 '초황령' 촬영 모습. 박동일 감독 제공

"우리처럼 농사만 짓는 영감'할마이(할머니)가 영화배우 한다는 게 꿈이나 꿀 일이가! 영화가 사투리 투성인기라. 그래도 본 사람들은 다 재미나다카네. 그라마 성공한 것 아이가."

초등학생에서 아흔을 넘긴 어르신까지 한마을 주민 전부가 전문가 도움 없이 직접 제작에 참여, 영화를 만들었다.

주민 전부가 영화를 찍은 마을은 21가구 31명이 사는 상주 은척면 황령1리 주민들. 이 마을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8개월간 동네 일상을 담은 70분짜리 영화 '초황령'에 출연했다.

'초황령'은 황령1리 마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영화는 자신의 실수로 영농자금을 받지 못한 주민이 다른 주민들과 갈등을 빚지만 다시 친해진다는 내용을 사투리 그대로 재미있게 담았다.

출연 배우는 이 마을 남녀노소 31명 주민에다 이웃마을 사람까지 41명 배우들의 평균 연령은 70세가 넘는다.

영화 제작자 겸 감독은 이 마을에서 젖소 100여 마리를 기르는 '산울타리목장' 주인 박동일(53) 씨. 조감독은 박 씨의 부인 권순자(48) 씨였다. 영화 촬영 도구는 박 감독의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배우출연료도 없어 제작비는 0원이다.

박 감독은 "3년 전부터 주민들의 활동을 담은 영상물을 찍기 시작했고 마을회관에 설치된 빔프로젝터를 통해 보여드렸더니 모두들 너무 좋아했다"며 "어르신들은 마치 텔레비전에 나온 아이처럼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했다"고 말했다.

올 초 영화를 찍자는 박 감독의 제의에 마을 사람들은 흔쾌히 응했다. 의욕은 앞섰는데 농사일이 가끔 발목을 잡았고 어르신들의 대사 외우기가 잘되지 않았다. NG가 난무했고 하루종일 찍어도 쓸만한 건 1분 남짓에 불과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완성됐고 마을 사람들은 물론, 상주시민 전체가 환호하는 영화가 됐다.

1일 상주시청에서 열린 시사회에서는 시민과 공무원들의 호평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영화를 끝까지 관람한 이정백 상주시장은 "영화 속과 영화 밖 주민들이 한결같은 진짜 아름다운 영화를 봤다"며 "쉽지 않은 도전과 성공을 이뤄낸 황령1리 주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박동일 감독은 "우리 동네엔 배우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 장비를 보강해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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