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요즘 사정이 꽤 괜찮다. 내년 4월 총선이 '땅 짚고 헤엄치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300석 가운데 180석도 가능하다고 하고, 심지어 200석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부터 이 정도로 여당의 압승이 점쳐진 선거는 없었다.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역대 여당들의 능력을 순위로 매긴다면 새누리당은 앞쪽보다는 뒤쪽 끝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인적 자원에서나 정치적 역량 면에서나 다 그렇다고 본다. 절대평가를 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주변까지 모두 고려한 환경적인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새누리당은 역대 어떤 여당보다 더 좋은 '꽃방석'에 올라앉아 있다. 비록 절대평가로는 낮은 점수를 받아도 상대평가에서는 절대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정치판, 선거판에서는 절대평가는 없고 상대평가뿐이라서 그렇다. 그만큼 지금 야당은 형편이 말이 아니다.
특히 127석을 보유한 제1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을 결정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의석 비율로 43.2%의 비중을 차지한 제1 야당이라지만 존재감은 전혀 없다. 제1 야당이라는 이름조차 아깝다. 막말에 가깝지만 "이런 야당이라면 없는 게 더 낫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여당 되기를 포기한 만년 야당, 불임 정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에 항변조차 못 한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더 딱하다. 한 지붕 아래지만 친노와 비노,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는 '너 죽고 나 죽자'는 증오와 독설만 난무한다. 한 식구라고는 하지만 남보다 원수보다 더 못해 보인다. 해결책도 없고 출구도 보이지 않는다.
이럴 바엔 중년 이혼, 황혼 이혼이 유행이라는 시대 흐름에 맞게 일찌감치 갈라서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도 많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출범하고 1년 가까이나 되는 '숙려기간'을 가졌으니 더 끌어봐야 시간 낭비일지 모른다. 이것저것 재보지 않고 도장을 콱 찍어 버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야당은 이렇게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새누리당은 야당의 불상사를 강 건너 좋은 자리에서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야당이 깨지지 않고 하나로 있어도 좋은 감상거리가 되고, 갈라서도 또 그 나름대로 괜찮은 구경거리가 된다. 그야말로 꽃놀이패다.
야당이 깨지지 않고 하나로 붙어 있어 봐야 지금처럼 으르렁대느라 날이 샐 것은 뻔한 이치다. 비상체제 가동 같은 건 상상할 수도 없다. 또 두 패거리가 서로 다른 길을 가겠다고 갈라선다고 해서 당장 무슨 수가 나는 건 아니다.
어느 한쪽으로 세가 기울 수도 있지만 당장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경우에 따라 야당 후보 숫자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더 좋은 경우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제대로 된 경쟁을 경험하지 못한 새누리당마저 전투력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
야당이 잘해야 여당이 더 잘하고 결국 나라가 더욱 더 잘 되는 법이다. 건전한 경쟁자가 있을 때 자체 경쟁력도 더 생기는 건 자연생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논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쳐야 하는 미꾸라지의 건강 상태가 더 좋아지는 이치다. 메기 같은 야당이 없는 환경에만 익숙해져 버리면 긴장이 풀린 새누리당의 능력은 점점 약해질지 모른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이야 '지금처럼'의 자세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지만 더 큰판이 벌어지는 후년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때쯤 가면 경쟁 없는 논에서 편하게 살아온 새누리당의 전투력은 많이 떨어지는 반면 생사를 건 피 터지는 싸움에서 살아남은 야당 사람들은 전투력이 배가되어 있을지 누가 알겠나.
새누리당으로서는 지금 야당이 지리멸렬한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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