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청색기술

일본 신칸센은 고속 운행에 따른 소음 해결을 위해 물총새의 길쭉하고 날렵한 부리와 머리를 본떠 열차 앞부분을 디자인했다. 짐바브웨에 있는 세계 최초의 자연 냉방 건물은 흰개미의 둥지를 모방한 설계로 한여름에도 22℃ 안팎을 유지한다. 스웨덴의 한 건축가는 얼룩말의 흰 줄무늬와 검은 줄무늬의 온도 조절 기능에 착안한 건물을 지어 에너지 절약에 성공했다.

이뿐만 아니다. 줄기가 벽을 타고 오를 때 분비되는 담쟁이덩굴의 물질을 모방한 의료용 접착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식물의 잎처럼 광합성 능력이 있는 인공 나뭇잎을 만들 궁리를 하고 있다. 첨단과학 분야인 로봇공학에서도 곤충의 다리 모양과 움직임을 모방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생물체에서 영감을 얻거나 자연의 메커니즘을 모방하는 '생물영감'과 '생물모방'의 개념이다.

21세기의 과학기술이 이 같은 자연의 설계와 프로세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연의 시스템 자체가 수십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최적의 생존 능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면서 이루어진 기술로는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한몫한다. 벨기에 출신의 환경운동가 군터 파울리는 '청색경제'라는 저서에서 '자연 중심의 혁신기술이 10년 안에, 100가지의 기술로, 1억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청색기술'이라는 용어도 여기서 나왔다. 이는 환경오염에 관한 사후 대책 성격이 강한 '녹색기술'의 한계를 보완할 개념이기도 하다. '청색기술'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다소 낯설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자연을 보호하면서 인류의 지속적인 번영을 보장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블루오션으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자연에서 배우는 청색기술'이란 책을 펴낸 국내의 한 과학자는 자연 중심의 기술을 '청색기술'이라 부를 것을 제안하며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라고 강조한다. 동양에서는 기원전에 벌써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을 강조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개념이 출현했다.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 노자(老子)는 자연이야말로 장구한 세월 동안 수많은 임상실험을 거친 가장 안정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경북도가 '청색기술 융합센터'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할 계획을 세우고 경북을 청색기술의 거점 도시로 키우려는 시도는 '청색기술'의 행정적 접목이란 측면에서 선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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