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생태탐방로 소백산 보발재~온달산성

만추의 山城, 온달과 평강공주의 전설이 주렁주렁

온달산성에서 성 밟기를 하고 있는 트레커와 대비되는 가을 하늘 산릉이 매우 아름답다.
온달산성에서 성 밟기를 하고 있는 트레커와 대비되는 가을 하늘 산릉이 매우 아름답다.
돌진하는 마상에서 활 시위를 한껏 당기고 있는 용맹스러운 온달장군 동상.
돌진하는 마상에서 활 시위를 한껏 당기고 있는 용맹스러운 온달장군 동상.

소백산은 밝다. 희고 신성하다. 만추의 빛 완연한 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또 '한국관광의 별'로 지정된, 소백산을 한 바퀴 에두르는 소백산 자락길 6코스를 걷는다. 들머리가 되는 고드너머재는 애시당초 '곧 오미재'였고, 신라군이 곧 온다는 뜻이었다. 신라와 고구려의 국경 분쟁이 심했던 곳이다. 고드너머재 전망대에 선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헤어핀을 닮은 길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나른하다. 들머리는 해발 540m이다.

초입부터 원시의 숲이 울창하다. 풀내음 꽃향기에 코가 탁 트인다. 완만하고 굽이굽이 도는 자락길은 단조롭고 리드미컬하다. 국악의 궁상각치우 음표로 다섯 굽이를 돌아가자. 소백산 등줄기가 나타나고 천문대도 보인다. 봄에 피는 소백산 철쭉, 비로봉 서북쪽 주목 군락, 한국산 에델바이스 솜다리 군락, 겨울의 상고대는 환상적인 소백산 사계절 예술이다. 마치 꿈처럼 산 마루금에 둥실 떠 있는 달 항아리 같은 천문대는 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스럽고 순결함을 잃지 않는 알퐁스 도데의 별, "어머나! 그럼 별들도 결혼을 하니?" "그럼요 아가씨." 해쓱해지는 새벽까지, 아가씨와 목동의 가슴은 설레고, 영혼은 별보다 더 반짝인다. 그리고 탈레스를 우물에 떨어뜨린 앙증스러운 별, 내별은 새처럼 멈춘다. 꽃처럼 오므린다. 브라우닝의 시 내별이, 별똥별로 떨어지고 가슴이 콩닥거린다. 낮에 별을 보는 눈은 남의 아픔을 보는 눈이다. 가을의 서정에는 반드시 낮별이 뜨고 낙엽이 구른다.

방터까지 20리 길을 따라온 수줍은 단풍들이 뒷길로 사라진다. 가을은 길보다 더 길게 이어져 있다. 옛적 고구려군이 주둔했다는 방터는 1970년대까지 화전민이 살았다. 소나무와 전나무가 수려하고 흙에서는 더덕냄새가 난다. 이제 내리막길이 되며 온달지구란 이정표를 따라가면 산성까지는 무난하다. 숲이 무성해 하늘을 가리고 어둡기까지 하다. 이렇게 원시의 숨결을 느끼는 숲은 우리의 거울이 된다. 손을 펴서 걸을 수 있고, 물질에서 풀려난 사랑을 만질 수 있다. 임산물 채취 체험 숲을 지나니 그 산 능선에 웬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건너서 20여 분을 걷자 드디어 온달산성이다.

우리나라에서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역사의 현장은 벅찬 감동을 준다. 역사는 지나간 것이지만 항상 살아나서 이야기를 만들고 뜨거운 호흡과 맥박이 되고, 더운 피를 돌린다. 인간은 잠잘 때에도 마음은 밤새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은 원래 꼬리가 있었다. 밤낮 앉아서 이야기하다 보니 꼬리가 닳아서 없어졌다. 인간이라는 종은 이야기 중독자이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는 우리 역사의 설화 중에도 단연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오감에 재미를 들이붓는다. 고구려 평원왕에게 울보 공주가 있었다. 막무가내로 우니까 왕은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으르댔다. 이 말이 씨가 되어 평강공주는 결혼할 나이가 되자 온달에게 시집가겠다고 나섰다. 왕이 허락지 않자 패물을 가지고 궁을 나온 평강공주는 온달에게 찾아가 그의 부인이 되고, 온달을 훌륭한 무사로 만든다. 온달은 무술대회에서 우승하고, 부마가 되고, 아울러 장수도 된다. 온달은 북주의 침략도 물리치며, 고구려의 영웅이 된다.

삼국사기 열전 온달 편에 보면 온달은 "계립현과 죽령 서쪽의 땅을 찾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왕에게 맹세한 뒤 출정해 아단성 아래서 신라군과 싸우다가 화살에 맞아 전사했다. 여기 아단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나, 삼국사기에 따르면 아단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가는 곳은 오로지 단양 영춘밖에 없다. 옛 지명이 '을 아단'인 이곳에 성산이 있다. 그 정상부에 온달이 쌓았고, 이곳을 되찾기 위해 싸우다가 신라군 화살에 맞아 전사했다는 전설에 따라 예부터 온달성이라 부르는 산성이 있다. 온달성 근처에는 온달의 묘라고 전해오는 고구려식 큰 적석총이 있으며, 활고개, 진거리, 쉬는돌, 비마루, 대진목 등 온달과 평강공주의 설화가 담긴 지명이 많다.

온달성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은 온달과 평강공주의 애달픈 전설을 종알거리며 흘러간다. 건너편 태화산과 영춘, 그리고 북으로 마대산의 산 구름은 형언할 수 없는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다. 전설은 신비롭다. 역사는 경험할 때마다 새로운 불씨를 지핀다. 그때마다 우리는 앞길을 개척하며 씩씩하게 걸을 수 있다.

♣Tip

▶고드너머재(보발재) 내비 주소: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문의: 단양군청 문화관광과 043)420-2555

  영주문화연구원(길정보) 054)633-5636

  단양군청 화전민촌 숙박체험 043)423-3117

▶주위 볼거리: 온달관광지(온달동굴), 석문, 도담삼봉, 고수동굴, 천동관광지, 다리안관광지, 천동동굴

▶관광지이므로 식당은 많음.

▶소백산 6자락길 중 상기 코스: 고드너머재~방터~온달산성~온달관광지(입장료 5천원)

사진 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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