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간 이식 기쁨도 잠시…병원비 감당하기 힘든 김소은 씨

4천만원 넘는 비용에 '참담'

최근 간 이식 수술을 받은 김소은 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최근 간 이식 수술을 받은 김소은 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넉 달 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최근 간 이식 수술을 받은 김소은(가명'35) 씨. 소은 씨는 건강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하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이 모든 것을 망쳐놨다. 도박에 빠져 살던 남편은 어린 자녀와 아내를 남겨두고 어느 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충격을 받은 소은 씨는 그때부터 술에 의존하는 날이 계속됐다. 그러는 사이 몸은 점점 망가졌다. 지금 소은 씨에게 남은 건 남편이 남기고 간 도박빚과 수천만원의 치료비뿐이다.

◆상처로 남은 결혼 생활

소은 씨의 학창시절은 평범했다. 10년 전 대학생 때만 해도 빨리 사회로 나가 독립을 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한 남자를 잘못 만나면서 인생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대학교 졸업 직후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였다. 친한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한 번 얼굴을 봤던 남자가 소은 씨를 쫓아다녔고 얼마 안 가 교제를 시작했다. 사귀던 중 남자 친구가 조직 폭력배에다 유흥과 관련된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도 소은 씨는 개의치 않았다.

"1년 연애기간 동안 남편은 저에게 짜증 한 번 낸 적 없었을 정도로 다정다감했어요. 결혼 후 한참 시간이 지나고서도 친정 부모님은 남자 친구가 능력 있는 사업가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도 쉽게 허락하셨어요."

하지만 얼마 안 가 소은 씨의 가정에 불행이 들이닥쳤다. 처음 6개월간은 생활비, 용돈을 꼬박꼬박 챙겨주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나자 돈만 생기면 도박에 쏟아부었다. 하루아침에 수백만원을 날리고 술에 잔뜩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늘어났다. 소은 씨가 도박을 말리기라도 하면 어린 아들과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남편은 아내 몰래 소은 씨의 친정에도 '급하게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며 손을 벌렸다. 소은 씨의 아버지는 사위를 도와주고자 보험까지 해약했고, 어머니는 자신의 신용카드를 맡겼다. 하지만 친정 부모님께 돌아온 건 수천만원의 빚뿐이었다. 조직 폭력배라는 신분이 들통난 남편은 결혼 3년 만에 어린 자녀와 아내를 남겨두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짐을 싸들고 나간 남편은 지금까지 연락 한 번 닿은 적이 없었어요. 실종 신고도 하고 시댁 식구, 남편 친구들에게도 수소문해봤지만 자신들도 행방을 몰라 답답하다는 말뿐이었어요."

◆술로 망가진 몸

남편이 사라지고 소은 씨는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매일 밤만 되면 술을 찾았다. 1년 넘게 방안에서만 지냈고 머리맡에는 언제나 소주병이 널브러져 있었다.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3, 4일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3년 전 찾은 병원에서 자신에게 간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치료를 받으면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4개월 전 갑자기 쓰러진 뒤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눈이 노랗게 변하면서 온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병원에 갔더니 이미 간의 80%가 딱딱해진 상태였어요. 바로 중환자실로 들어가 치료를 시작했어요."

병원에서는 간 이식 수술 말고는 나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해당 병원에 뇌사자가 나타나 소은 씨가 간을 받았고 수술을 마쳤다. 하지만 얼마 전 병원비를 살피던 소은 씨는 깜짝 놀랐다. 이식 검사비, 수술비 등으로 쌓인 병원비가 4천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소 몇 년간은 안정을 취하면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해 직장 생활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소은 씨가 기댈 곳은 부모님뿐이지만 용달 운전으로 한 달에 100만원의 수입이 고작인 아버지의 벌이로는 남편이 남기고 간 빚과 병원비를 감당하기엔 어림도 없다.

"몸을 추스르면서 앞으로는 밝은 생각만 하도록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싶어요. 어린 아들에게도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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