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과 휴일에도 어린이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확대 정책이 암초를 만나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거듭 공모에 나섰지만 전국적으로 신청 병원이 단 한 곳에 그쳤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에 운영하던 달빛어린이병원 3곳이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등 역주행까지 하는 형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달빛어린이병원을 전국 15곳에서 30곳으로 확대하기 위해 추가 모집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3개월간 공모와 재공모를 거듭하면서도 달빛어린이병원을 신청한 곳은 대구경북에는 전무하고, 전국적으로도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오히려 부산과 인천, 충남 등 전국의 달빛어린이병원 3곳이 지정 취소를 요청했다.
당초 대구시는 북구에도 달빛어린이병원을 추가 선정할 방침이었지만, 동네 병'의원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달빛어린이병원 확대가 답보 상태에 머무는 데는 개원가의 반발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동네 소아청소년과의원을 다니던 어린이환자가 야간이나 휴일에 달빛어린이병원을 찾게 되면, 이후에도 동네의원보다 규모가 큰 달빛어린이병원을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의사 혼자 진료를 보는 대다수 의원급 소아과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늦은 밤과 휴일에도 진료를 하려면 법적으로 규정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으로는 불가능하다, 최소한 6명의 전문의가 돌아가며 진료를 봐야 하고, 간호인력과 의료기사 등도 보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늘어난 운영 비용 부담과 낮은 의료수가, 가중된 업무를 견딜 병'의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달빛어린이병원 2곳을 이용한 환자 수는 2013년 2만9천424명에서 지난해 4만2천706명으로 1.45배 증가했다. 올 들어 10월까지도 3만1천856명이 병원을 찾았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 활성화를 위한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4천만원을 들여 달빛어린이병원 효율성 제고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소아 환자의 진료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사업 안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하고 있는 지금 상태에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면서 "정부 차원의 상생 발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달빛어린이병원: 늦은 밤이나 휴일에 갑자기 아이가 아플 때 응급실을 찾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2012년 대구에서 처음 도입됐다. 소아과 전문의가 365일 상주하며 평일 오후 11시, 휴일은 최소 오후 6시까지 진료한다. 대구에는 시지열린아동병원'한영한마음아동병원 등 2곳, 경북은 김천제일병원'포항여성아이병원 등 2곳에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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