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천리 매립장'에 수십 년간 쓰레기를 불법 매립한 곳은 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형 사업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비용 절감을 위해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생활계 폐기물을 마구잡이로 버려온 것이다. 대구시와 각 구'군청 또한 20년 넘게 진행된 이런 불법 행위를 알고도 묵인한 데다 감사 지적 후에도 개선에 나서지 않아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까지…무분별한 매립
대구의 대다수 사업장은 쓰레기를 분류 없이 한꺼번에 모아 처리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생활계 폐기물은 사업체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중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과 유사한 형태의 폐기물이다. 사업장 생활계 폐기물도 생활폐기물처럼 자체적으로 재활용, 가연성을 구분한 뒤 나머지 쓰레기를 매립해야 하지만 대구 사업장들은 이런 분류과정 없이 처리업체에 일괄적으로 쓰레기를 맡기고, 전부 매립한 것이다.
폐기물처리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아무런 구분 없이 폐기물을 운반업체에 맡긴다. 그 쓰레기들은 그대로 방천리 매립장으로 보내진다.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을 제외하고는 상업시설에서 나오는 쓰레기 대부분은 포장재나 비닐 등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가연성인데도 그냥 매립장으로 보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사업장들은 상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 폐기물처리업계 관계자는 "한 유통업체의 경우 한 달에 100t가량의 폐기물을 배출하는데 모두 매립하니 230만원 정도가 든다. 하지만 대부분 소각이 가능한 쓰레기들이라 이를 소각장으로 보내면 1천500만원이 들어가니 1천만원이 넘는 비용이 절감된다"고 했다.
또한 하루 수백㎏이 나오는 폐기물을 재활용과 가연성 등으로 일일이 구분하려면 인력이 필요하지만 한꺼번에 버리면서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 재활용이나 소각돼야 할 쓰레기들이 매립되면서 환경적 문제는 물론, 매립장의 사용연한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불법매립 묵인에 단속에도 소극적
사업장들이 오랫동안 분류 없이 폐기물을 일괄 매립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밖의 폐기물'이라는 예외 조항을 악용했기 때문이다. 사업장이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폐기물 종류와 발생량 등을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각 구'군청에서는 사업장 생활계 폐기물에 폐섬유, 폐지류 등 재활용이나 소각할 수 있는 폐기물을 따로 분류해서 신고받지 않고, 그 밖의 폐기물로만 신고를 받아 사업체가 한꺼번에 매립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구청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관례로 유해물 등 예외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과 음식물을 제외하고는 '그 밖의 폐기물'로 신고를 받아왔다. 생활계 폐기물 중 그 밖의 폐기물은 일괄 매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 가정에서도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를 구분해서 분리배출하고 있지만, 하루 수백㎏의 쓰레기를 내놓는 사업장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수십 년간 일괄 매립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지자체의 묵인이 있었던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업장 생활계 폐기물에 대한 신고 및 처리는 구'군청의 고유업무라 시에서 지금까지 관여하지 않았다"며 각 구'군청으로 책임을 돌렸다.
더욱 문제는 감사 지적 후 사업장들은 물론 단속기관인 각 구'군청 그리고 대구시 등의 기관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천리 매립장을 운영하는 환경자원사업소(이하 사업소)는 지난 9월 정부합동감사에서 사업장 생활계 폐기물 불법매립을 지적받은 뒤 10월 14일 각 구'군청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연 데 이어 2016년 1월 1일부터 각 구'군청에 단속을 요청했다.
하지만 단속 시작일이 한 달이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사업장 생활계 폐기물을 여전히 분류 없이 일괄매립되고 있다. 대구시와 각 구'군청은 감사에서 지적은 받았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감사 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따라 개선할 계획"이라며 "당장 가연성 폐기물을 분류해서 받으면 소각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폐기물처리업체들은 사업소에서 가연성 폐기물을 매립지로 가져올 경우, 운반업체들을 단속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업소 관계자는 "운반만 담당하는 업체들을 단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회의도 열고 구'군청 관계자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라 답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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