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상차림 후한 인심, 가격'맛 보면 더 놀라요
누구에게나 '완소'('완전 소중한'의 줄임말)가 있다. TV 드라마 팬 카페나 시청자 게시판에서 선호하는 캐릭터나 배우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 때 사용했지만, 지금은 그 범위가 넓어져 소중한 물건을 표현할 때도 사용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그 나름의 특성이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정보가 있으면 가까운 이에게 알리고 싶듯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지간히 좋은 게 아니면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함께 좋아하자"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음식점에도 이런 '완소'의 특성은 통한다. 내겐 아주 좋은 곳이지만 다른 이에게 선뜻 권하긴 어렵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고 입맛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운(59) 세정운수 대표와 그 직원들은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며 자신 있게 자신들의 단골집을 추천했다.
◆20년이 하루 같은 식당
"미련하게도… 천 년을 하루같이 한 여자만을 사랑한 남자가 있어."
1996년 개봉한 영화 '은행나무침대'에서 황 장군이 미단공주에게 처절하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이다.
'보금 신토불이'는 천 년은 아니지만 20년을 하루같이 보낸 식당이다. 안영미(49) 보금 신토불이 대표는 1996년 5월 24일 처음 식당 문을 열었다. 첫 개업 때는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틈에서 상 두 개를 깔아놓고 시작했다. 현재 위치에 자리 잡기까지 억척같은 시간을 보냈다.
흘러간 세월만큼 이제 식당도 제법 자리 잡아 편하게 살 법도 하지만 안 대표의 아침은 항상 같은 모습이다. 매일 오전 3시 30분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음식 준비를 위해 식당으로 향한다. 보금 신토불이에서 상에 오르는 음식 중 안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는 건 없다. 그게 이곳의 불문율이다.
이동운 세정운수 대표는 "알만 한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식당에서 나오는 반찬 대부분은 시장에서 사온 것이다. 그런데 15년 가까이 이 집에 단골로 드나들면서 안 대표가 너무 미련할 정도로 음식을 직접 준비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세정운수 직원은 또 "예전에 한 번 음식 맛이 평소랑 달라서 직원에게 '사장님 안 계시냐?'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진짜 그날 안 대표님이 개인 사정으로 음식 준비를 직접 못 하셨다고 하더라"며 "이것만 봐도 안 대표가 평소 음식에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가득한 상차림
세정운수 직원들에게 보금 신토불이는 '○○ 가득한 식당'이다.
이 대표에게는 건강이 가득한 상차림이다. 그는 이곳에서 보리밥과 쌀밥을 반반 대접에 담아서 나오는 '섞어밥'에 각종 나물을 올리고 된장찌개나 비지찌개 몇 숟가락 얹어 비벼 먹는 걸 즐긴다. 정말 특색 없는 밥상처럼 보이지만 이 대표의 말은 그렇지 않다.
그는 "싱싱한 채소가 정말 푸짐하게 나온다. 나물 무침도 간이 심심해서 밥보다 나물을 더 많이 얹어도 될 정도다"라며 "그리고 아무리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도 같은 값이면 맛있는 거 먹으려고 하지 않겠나. 보금 신토불이가 그 둘을 만족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권영국(50) 세정운수 부장에게는 후한 인심이 가득한 식당이 보금 신토불이이다. 그는 이곳에 저녁을 먹으러 올 때면 등갈비찜을 찾는다.
권 부장은 "보금 신토불이만큼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대구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등갈비 양념이 적당히 매콤해서 양념을 밥에 비벼 먹어도 좋을 정도다. 그리고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사장님이나 직원들이 와서 더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묻고 음식을 더 갖다준다. 배불러 못 먹을 정도로 인심이 좋다"고 했다.
세정운수 직원들의 이런 반응은 안 대표의 영업 철학에 기인한다. 안 대표는 손님들이 보금 신토불이를 '맛있게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음식점'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그래서 그는 보금 신토불이가 '행복 가득한 식당', '행복만큼은 최고인 음식점'이라 자부한다.
▶쌈밥 1만3천원(2인 이상 주문 가능), 홍어삼합 정식 2만5천원, 점심특선 1만5천원, 홍어삼합 4만~5만원, 등갈비찜 3만~5만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설'추석 당일만 휴무.
▷규모=110석
▷주소 및 문의=대구시 동구 화랑로 75길 57(방촌동 1084-77), 053)983-0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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