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 24시 현장기록 112] 112신고자는 모두 다 우리가족이다

올해 10월 15일 오후 11시 30분쯤, 112종합상황실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여보세요, 경찰이죠? 여기 ○○회관 앞인데요, 어떤 아저씨가 여자분의 머리채를 끌고 강제로 차에 태우고 있어요. 납치하는 것 같아요. 차 번호는 ○○○○입니다."

사무실에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요란한 무전소리. 대구시내 경찰들에게 일제지령을 하달하여 모든 순찰차, 형사기동차 등을 주요 길목에 배치하고 차량번호와 차종을 반복지령하여 납치 의심 차량을 조기에 검거토록 지시한다. 약 20분 뒤 차량을 발견, 용의자를 검거하였다는 무전이 나오고, 사소한 부부싸움이 있었음을 현지에서 충분히 확인하고 귀가 조치하였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지난달 10일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112종합상황실에 미귀가자 신고가 들어온다. 여대생인 딸이 오랜만에 대구에 와서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 뒤 아직 귀가하지 않고 있으며 휴대폰도 불통이라는 것이다. 범죄 피해가 의심되는 상황이라 신속히 위치 추적을 하여 주변을 수색하였지만 확인되지 않아 속을 태우며 수색은 계속 이어진다. 다음 날 오후쯤 딸이 귀가하였다는 연락이 왔는데,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나이트클럽에서 놀다가 친구 집에서 잠이 들었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건은 무사히 종결되었다.

112종합상황실에는 이와 유사한 오인신고가 종종 들어오고 있다.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 확대로 사건 주변의 목격자들은 너도나도 신고를 하기 때문에 한 사건에 대해 신고가 폭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현재 대구시내에서만 하루 약 3천여 건의 112신고가 접수되고 있으며, 그중에는 강도나 살인, 성폭행과 같은 중요한 사건 신고도 있지만 위 사례와 같은 오인 신고나 허위 신고도 많이 접수되고 있는 편이다. 경찰에서는 3천여 건의 신고 전화 중 단 한 건의 신고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오인신고에 불과하여 아무런 범죄 피해가 없다 할지라도 최종적으로 확인될 때까지는 112상황실뿐 아니라 해당 경찰서에서도 긴급 출동하여 피해자를 발견할 때까지 긴장 속에서 검문검색에 집중하게 된다.

112상황실 접수 요원들은, 신고자에게는 1초가 아쉽고 애타고 급박한 심정이라는 사실에 유념하여 모든 신고에 대하여 내 가족의 신고라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하여 도와주고자 한다. 다만,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긴급한 신고가 아닌 경우는 112가 아닌 182로 신고해야 한다. 목전의 급박한 사태가 아닌 단순한 상담의 경우는 경찰청에서 운영 중인 182신고센터에 도움을 받으면 된다. 아직까지도 많은 상담전화가 112로 걸려오는 관계로 긴급 신고 전화 시 그만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올바른 112신고 요령을 살펴보면, 일단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를 경찰에게 알려주어야 신속하게 출동할 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112신고를 하면 경찰이 자동으로 위치 확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가 않다. 유선전화의 경우는 정확한 위치가 확인되지만 휴대폰의 경우는 기지국 중심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반경 약 1㎞ 내로 위치가 뜨게 된다. 따라서 정확한 지번주소까지 알려주는 것이 좋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주변의 큰 건물 또는 가게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 전봇대 고유번호, 도로명판, 산악표지판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현재 상황을 되도록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요구조자가 있을 경우 현장 경찰관의 요구조자 발견이 용이하도록 인상 착의 등 외형적 특징을 간략히 설명하도록 하고, 범죄 용의자가 도주한 경우에는 도주 수단의 종류, 색상, 외관상 특징 및 도주 방향과 함께 용의자의 인상 착의를 설명하도록 한다. 범죄 피해 시 침착하게 위치와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무턱대고 '빨리 와주세요'만 외치는 것보다는 경찰이 신속히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경찰에서도 긴급한 사건현장에 단 1초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제도를 강구하고 있으며, 지난 7월 도입한 '관할불문 출동제도'가 그중 하나이다. 즉 평시에는 경찰서 산하 지구대'파출소 단위로 사건을 처리하지만 위급한 사건의 경우 관할에 관계없이 가장 가까운 순찰차를 출동시키기로 하였다. 뿌리 깊은 관할개념을 타파한 것이다. 아울러 112신고 시에는 지구대와 파출소의 순찰차가 최우선 출동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사건 발생 최인접 지역에 있다면 형사기동차든 교통순찰차든 우선적으로 출동시키는 '기능불문 출동제도'도 동시에 도입하였다.

112신고를 하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단 1초가 너무나도 급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경찰에서는 앞으로도 1초라도 빨리 사건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장비'제도 등 개선 노력을 계속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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