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참여마당] 기행문-50대 소녀들(경북여고 백합 50회 동기)의 도동서원 힐링

연잎 차를 마시며 찻잔 속에서 지난달 14일 경북여고 50회 백합 동기들의 멋진 추억 필름을 다시 돌려 본다. 경북여고 3학년 12반 신경화가 9대 경북여고 동기회 회장을 맡고 있다. 11월 14일 도동서원에서 정기 모임을 하니 꼭 참석하라는 11월 초부터 날아든 문자와 전화~.

나는 딸내미 혼사 준비로 몸보다 마음이 분주해져 있었지만 경화의 줄기찬 문자와 전화에 회장의 속 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딸내미와의 약속은 15일로 미루고 참석하겠다고 말하고 말았다. 14일 아침 동네 가까이에 살고 있는 경화, 영미와 함께 경화 차로 어린이회관으로 가 동기회에서 마련한 버스에 올랐다. 반 모임은 여러 번 참석했지만 50회 전체 모임은 처음이라 친구들 중 좀 생소한 얼굴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린 백합동산에서 함께 3년을 지낸 터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총무 은희의 알찬 진행으로 우리 친구들의 근황을 잘 알 수 있었다. 미술을 전공한 소혜가 얼마 전 전시회를 성공리에 잘 마무리했고, 문화해설가, 교사, 교감, 교수, 차장, 전업주부로서 열심히 살고있는 친구들의 2030세대 못지않은 열정이 자랑스러웠다. 서로들에게 파이팅을 기원하는 동안 차는 어느새 도동서원에 도착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달성문화재단에서 마련한 도동서원의 하루라는 멋진 프로그램에 우리 동기들이 참여하는 날에 TV방송에서 취재기자도 와서 우리들의 체험활동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인터뷰도 했다. 동기 중 문화 해설가인 김경화의 박식하고 위트 넘치는 해설로 우리들은 동방오현의 수현 김굉필 선생님의 숭고한 학문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서원의 내삼문, 기단석, 용머리, 상지, 정료대, 우물마루, 장판각을 통해 옛 성현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예쁜 가을 낙엽은 우리들을 여고 3학년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어 그 시절의 다정하셨던 선생님 이야기, 순진무구했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며 웃음보따리를 풀었고, 가을 끝자락의 단풍과 젊고 젊은 날들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서로 손을 잡고 사진도 찍었다. 달성문화재단에서 마련한 점심은 엄마가 해주시는 집 밥처럼 맛났다.

점심 후 도동서원의 역사에 대한 강의에 이어 이영진 교수님의 문화유산을 보는 눈에 대한 인문학 강의로 그 나라 문화를 알면 수수께끼가 풀린다는 의미를 이해하였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은 관심을 가지고 잘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해주셨다. '꽃과 사람들'의 대표인 해숙이가 플라워 박스 만들기 시간에 필요한 꽃과 바구니를 준비해 와, 우린 예쁜 꽃바구니를 만들면서 얼굴, 고향의 노래, 이별의 노래, 언덕에서, 임이 오시는지, 별을 부르며 꽃의 향기와 가곡의 가락에 심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재단에서 마련한 대금과 가야금 연주시간의 청아한 악기 소리에 인생사의 모든 시름을 잠시 잊고 힐링의 순간을 맛보았다. 창부타령, 너영나영, 뱃노래를 부르는 시간에는 우리 민요의 흥에 듬뿍 빠져들었다. 꿈같은 시간들이 훌쩍 지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올랐고, 차 안에서 우린 석별의 아쉬움을 가곡을 함께 부르면서 자주 만나 좋은 추억 쌓으며 예쁘게 잘 늙어 가자고 서로 격려하며 달랬다. 옥이의 재미난 입담과 김경화의 멋진 노래솜씨로 더 즐거운 하루가 되었다. 꿈 많은 여고 시절을 지나 이젠 국화꽃처럼 넉넉한 향기를 지닌 성숙한 여인네들이 된 울 동기들. 각자의 삶 속에서 열심히 살고 자주 모여 소중한 추억 만들어 가자꾸나 다시 볼 때까지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 도동서원의 하루라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 달성문화재단의 여러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예쁜 꽃바구니를 준비해준 해숙이, 백합 50회 임원진 동기들, 재능 많은 울 친구들 모두 사랑한다~.

노태수(대구 달서구 송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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