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금피크제냐? 명퇴냐? 직장인들 선택 갈림길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정훈(가명'55) 씨는 요즘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동안 노사간 협상에서 임금피크제'희망퇴직 실시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고, 곧 노사 합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가 다니는 회사의 정년은 현재 57세.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면 56세부터 매년 임금이 10% 삭감되고 정년은 60세로 늘어난다. 임금피크제를 생각하지 않고 있을 때 이 씨의 계획은 남은 2년 동안 유기 농법을 배워 57세에 명예퇴직을 하고 이후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와 명예퇴직의 기로에 선 이 씨는 고민에 빠져 있다.

◆명예퇴직, 할까 말까

'명예퇴직을 할까, 임금피크제를 선택할까.'

최근 이 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이 부쩍 늘었다. 정년 연장의 한 방편으로 임금피크제와 명예퇴직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은행'보험 등 지역 금융권을 비롯해 IT, 자동차 등 좋은 실적을 자랑했던 업계마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을 실시했거나 계획 중이다. 지역의 많은 직장인들이 '버티느냐, 나가느냐'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며칠 전 다니던 은행에서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 안내문을 받았다'는 김모(55) 씨는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고 임금피크제를 선택하자니 '혹시 내가 나가기를 바라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또 한편으로는 거액의 현금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희망퇴직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임금피크제 vs 희망퇴직

많은 전문가들은 선택 전에 우선 노후자금 등을 꼼꼼히 살펴서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임금피크제는 일정한 수입을 보장할 수 있고, 명예퇴직을 할 경우 몫돈을 만질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은 희망퇴직을 할 경우 퇴직금 외에 통상 잔여기간에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절반 정도를 (특별)명예퇴직금으로 지급한다. 가령 기존 정년이 만 55세이고 연봉 5천500만원인 직장인이 첫해 80%에서 매년 10% 차감하는 임금피크제를 선택할 경우 남은 잔여기간 동안 1억5천만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희망퇴직을 할 경우 절반인 7천만원 정도의 명예퇴직금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금액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은퇴 후의 새로운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그만큼의 부족 자금을 메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희망퇴직을 했더라도 노후준비나 창업준비가 잘 돼 있다면 의외의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CEO연구원 고건영 컨설팅 팀장은 "길어진 노후를 생각하면 좀 더 일을 하고 준비를 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에는 업무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은퇴 후 계획을 차근히 세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연금 수령 여부도 고민

국민연금 수령 여부도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가령 연봉 7천만원 정도인 직장인이 57세에 명예퇴직을 하고 62세에 국민연금을 수령할 경우 매월 96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더라도 계속 근무하면서 국민연금을 60세까지 납부하고 62세에 수령하기 시작하면 월 148만원의 연금을 받게 되어 무려 54% 증액된 연금을 매월 평생 받게 된다. 또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주기 때문에 매년 4월 연금액이 증액되므로 이 씨의 수명을 90세로 가정하고 그때까지 연금을 받을 경우 62세에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것이 2억5천만원의 노후자금을 더 모으는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 대구본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5년 앞당겨 수령하게 되면 30%(매년 6%)의 연금액이 감해질 뿐만 아니라 3년간 연금을 납부하지 못함으로써 연금 납부액 차이가 더 벌어진다. 따라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으면 보수가 줄어들지만 3년간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면서 일을 더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