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한반도 신뢰 회복으로 통일 이룩하자

위덕대 석좌교수·재단법인 평화와 통일을 위한 복지기금 이사
위덕대 석좌교수·재단법인 평화와 통일을 위한 복지기금 이사

치매를 앓는 93세 어머니는 72세가 된 장남 얼굴을 헤어질 때 겨우 알아봤다. 해맑은 표정의 어머니가 "같이 안 가?"라고 묻자, 장남은 아무런 말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86세 남편은 65년 만에 만난 북측 부인이 "살아 있는 거 알았으니 생일에 미역국 계속 떠놓을게. 걱정하지 말고 잘 가슈"라고 건넨 말에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3살, 6살 두 딸에게 "예쁜 꽃신을 사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98세 아버지는 65년 만에야 북측 두 딸을 만나 떨리는 손으로 꽃신을 신겨줬다.

이산가족 상봉이 지난 10월 금강산에서 진행됐다.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서울~평양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 행사를 통해 처음 이뤄졌고, 2000년 제1차 이산가족방문단 교환 이후 이번까지 20회 걸쳐 이어졌다. 이산가족들이 고령화된 상황에서 상봉 대상자가 제한되고, 이산가족 상봉마저 비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큰 문제다.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분단의 아픔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법은 남북통일을 이룩하는 것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통일비용 때문에 통일에 소극적인 자세로 대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에 따른 비용은 약 4천657조원이지만 순 편익은 1경4천451조원으로 통일편익이 통일비용보다 3.1배나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남북이 통일되면 경제적 편익 외에도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일자리 창출, 동북아 허브로서 한국의 입지가 강화되는 등 가히 '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익이 발생한다.

70년 동안 분단 상황이 지속되면서 남북한의 이질성은 심화됐다. 이질성을 극복하고 통일한국을 이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014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대북신뢰도는 2013년보다 8.3%포인트나 하락한 27.5%로 나타났다. 북한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는 통일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에 상호 신뢰 회복은 무엇보다도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다.

상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선 민간과 정부 차원의 대화와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는 심화된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한 문화'종교'스포츠 및 학술 분야의 교류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산가족 문제와 같이 인도적 차원의 교류는 정치적 상황과 구분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북한정부가 국제적인 평화와 안보를 준수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국제평화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오히려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북한주민의 삶을 위협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만 한다. 북한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우선 튼튼한 안보를 구축하고, 원칙에 따른 대화와 합의 이행을 유도해야 한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자신들이 불리한 국면을 무력시위로 모면하려 했고, 우리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원칙을 중시한 대응은 북한 정부의 변화를 유도했으며,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 끝난 지금, 북한은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정착,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8'25 합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며, 우리 정부는 합의한 내용이 반드시 실천될 수 있도록 원칙에 따른 신뢰 회복을 이뤄 나가길 기대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