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와하비즘' 특징은 종교적 비관용
쿠란 해석 반대하면 배교자로 몰아
역사교과서 국정화론자들의 주장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셈
파리 테러 이후 이슬람 혐오가 커지고 있지만, 사실 IS는 이슬람과 별 관계가 없다. 이는 백인 인종주의 집단 KKK가 집회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다고 그들이 기독교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을 말하자면 IS가 죽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무슬림이다. 어떻게 그들은 같은 신의 이름으로 신앙의 형제를 죽일 수 있는 것일까?
IS의 이념을 이루는 '와하비즘'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종교적 비관용이다. 이들은 무신론자나 다신론자는 물론이고 같은 아브라함 종교에 속하는, 그리하여 실은 같은 신을 모시는 유태교, 가톨릭, 개신교까지 적대한다. 같은 이슬람 내에서는 시아파를, 같은 수니파 내에서도 자신들의 쿠란 해석에 반대하는 이들을 '배교자'로 몰아 제거하려 든다.
'성서를 해석할 권리를 독점하는 자가 곧 땅 위에서는 신이 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중세에는 성서의 해석을 독점한 교황청이 신처럼 절대적 권력을 행사했다. 마틴 루터가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한 것은 바로 이 해석의 독점을 무너뜨리기 위해서였다. 누구나 제 나라 말로 성서를 읽고 해석하게 되면, 교황청이 누리던 신적 권리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IS의 잔혹성의 또 다른 원인은 '신본주의'로 보인다. 서구에서는 르네상스 이후 '인본주의'가 등장하여 종교적 신본주의를 견제해 왔지만, 아랍에서는 휴머니즘이 종교 밖으로 나와 종교 자체를 견제할 수준만큼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스스로 신이 된 자들이 아무 거리낌도 없이 인간성을 말살하는 비인간적-반인간적 만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리라.
경전에 대한 절대적 믿음은 '책=세계'라는 착란으로 이어진다. 현실을 기사소설로 착각한 돈키호테처럼 이들도 예언을 현실 속에서 연출하고 싶어 한다. IS의 기관지 '다비크'는 이슬람 종말론에서 최후의 결전이 벌어진다는 도시의 이름이다. 이들이 60개국의 이름을 들며 테러를 예고한 것은 이슬람 종말론에서 80개국이 이슬람을 공격한다는 시나리오와 관련이 있다.
한마디로, 경전을 독점 해석하여 스스로 신이 된 다음 스스로 종말의 상황을 연출하여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는 신적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다. IS가 작년에 원래 이름인 ISIS(이슬람 국가 이라크 시리아)에서 지역명인 '이라크와 시리아'를 떼어내고, 그냥 '이슬람 국가'로 개명한 것은, 이 종말론을 지구 전체로 확산시키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나 혼자만이 경전을 해석할 권리가 있으며, 내 것만이 유일하게 옳은 해석이라 믿는 것은 IS만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중세의 기독교는 물론이고 근대의 정치 이념들도 대부분 IS에 못지않은 극단성을 갖고 있었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주체사상이 '유일사상', 즉 유일하게 옳은 사상이라 믿는다. 다른 생각들을 가진 이는 '반동'이라 하여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성서를 해석할 권리를 독점하는 자가 신이 되듯이, 한 나라의 역사를 해석할 권리를 독점하는 자는 '국가'가 된다. 지금 국정교과서를 만드는 이들이 자신들의 지극히 사적인 해석을 졸지에 '국가'의 해석으로 둔갑시킬 때, 그로써 그들은 자신들이 곧 대한민국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착란은 근대적 정신병의 뒤늦은 발현이다.
IS가 쿠란에 대한 다른 해석들은 모두 틀렸다고 주장하듯이, 국정화론자들도 다른 역사교과서들은 모두 좌 편향이라 주장한다. IS가 자신들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자는 배교자로 간주하듯이, 국정화론자들도 자신들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반국가분자'로 간주한다. 문제는 한 나라의 교육이 이 광신자들의 손에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IS가 아무리 이슬람을 참칭해도 이슬람 율법과 아무 상관없듯이, 국정화론자들이 아무리 국가를 참칭해도 그들의 행태는 대한민국 헌법과 아무 관계도 없으며, 나아가 그 정신의 노골적 부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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