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지방 홀대"…"영·호남 교류 정신 무시, 관료적 관행만 내세워"

"광주와 합의한 도로 이름을 정부가 일방적 외면"

88올림픽고속도로의 명칭을 '달빛고속도로'로 변경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구경북에서 "지역요구를 무시한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구경북 정치권과 시민단체, 주민들은 광주와 대구 지역 사회가 합의한 도로 이름을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외면한 것은 '지방 홀대'라며 반발하고 있다.

동서화합의 의미에서 '달빛고속도로'를 제안했던 박용선 경북도의원은 "달빛고속도로라는 이름은 그동안 반목했던 대구와 광주가 화합한다는 의미가 있다. 억양도 부드럽고 친근하다"며 "옛 지명에서 따왔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역 역사에 대한 부정"이라고 했다.

최광교 대구시의원은 "국토교통부가 결정한 '광대고속도로'(약칭)는 광주와 대구가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교류의 정신을 무시한 우스운 이름"이라며 "옛 명칭의 머리글자를 따온 달빛고속도로는 현재 표기법에도 문제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도 불만을 터뜨렸다. 김정현(34'동구 방촌동) 씨는 "줄여 부르면 '광대'가 되는 이름보다 '달빛'이 부르기도 좋고 정감이 있다"며 "오히려 특색 있는 도로 이름으로 인해 지역의 차별성과 상징성이 두드러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와 광주가 그동안 교류를 이어온 '달빛동맹'의 취지가 고속도로 이름 변경 과정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찬성하지 않는다고 조율이나 조정할 시간을 더 주지 않고 원칙을 앞세워 결정해 아쉽다"고 했다.

정부가 지방정부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달빛'이란 명칭은 교류사업을 추진해온 지자체와 주민들의 공감대가 어우러진 바탕 위에서 제안됐다"며 "단순한 이름을 넘어 지방분권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도, 중앙정부는 기존의 관료적인 관행만 내세워 '광주대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이 상임대표는 "88고속도로 자체가 지역 표기 없이 '올림픽'을 상징했다는 전례가 된다"며 "지방분권과 화합을 상징하는 '달빛'이란 명칭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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