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이 올해도 블록버스터급 음악시상식 MAMA(Mnet Asian Music Awards)를 개최하며 아시아에 영향력을 과시했다. 2일 홍콩 아시아 월드엑스포에서 본 행사가 열렸으며, YG-SM-JYP 등 국내 3대 가요기획사가 빠짐없이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빅뱅과 싸이, 엑소, 태티서, 박진영 등 국내 가요계 톱스타가 함께했다. 가수뿐 아니라 이정재, 공효진, 한효주 등 지명도 높은 배우들을 대거 시상자로 투입해 화려한 무대를 만들었다. 여기에 아시아권을 넘어 할리우드까지 영역을 넓혔던 홍콩스타 주윤발과 대만의 톱가수 채의림을 출연시켜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로 벌써 7회째, 매번 국외로 나가 각국의 팬들 앞에서 쇼를 보여주며 아시아 대표 음악축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문화계 전반에서 쌓아올린 신뢰도와, 특히 자본력이 없으면 끌고 갈 수 없는 스케일. 한류 확산 등 공적인 영역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긍정적 의미를 잘 포장하고, 속을 열어보면 CJ E&M의 파워까지 느껴볼 수 있게 만든 행사다. 반면, '시상식'이란 타이틀과 그 대단한 규모로 인해 상당한 오해의 소지도 끌어안고 가야 하는 행사다.
◆'시상식' 의미보다 '쇼' 성격 강해
MAMA라는 타이틀 안에 엄연히 '어워즈', 즉 시상식이란 말이 포함돼 있는 건 사실이다. 또 실제로 이 행사에서는 여러 부문에 걸쳐 시상이 진행된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 스타급 연기자들을 우르르 데리고 가 시상자로 내세우기도 한다. '주요' 부문으로 가면서 더 인지도 높은 수상자가 나와 관객을 들뜨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MAMA에서 주는 '상'은 그 자체만으로 큰 의미는 없다. 시상식이라면 관계자들이나 대중이 공감할 만한 적합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일. 골든디스크 시상식이 음반이나 음원 판매량 집계를 기준으로 본상 수상자를 정하는 것처럼 시상식 본연의 임무가 드러나야 하는데 MAMA는 그렇지 않다. 여러 부문의 상이 있어도 이 상을 주는 이유는 주관적이고 심지어 추상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한 예로, 2010년 마카오에서 열렸던 MAMA에서는 당시 신인그룹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미쓰에이에게 여자신인상, 베스트 퍼포먼스 여자그룹상, 올해의 노래상 등 3개의 상을 몰아줬다. 같은 무대에서 2NE1은 올해의 가수상과 올해의 앨범상, 뮤직비디오 작품상 등을 비롯해 무려 5개의 상을 가져갔다. 한 팀이 수차례 수상 소감을 밝히기 위해 무대를 오르락내리락했다. 그 해를 대표할 만한 인기 가수들이니 상을 받는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었지만 상의 면면을 살펴볼 때 '공정성'이나 '권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후로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무대를 꾸며주는 가수들의 위신을 살려주기 위해 온갖 의미를 다 붙여 여러 종류의 상을 만들어 품에 안겨줬다. 가수들은 상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처럼 기존의 시상식과는 '의미가 다른' 시상의 남발은 MAMA가 해외를 지향하면서 어쩔 수 없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자충수다. 부문별 수상자들을 일일이 해외로 끌고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 어차피 '공정한 시상식'은 물 건너간 셈이다. 그렇다고 수상자로 꼽힌 이들을 제외하고 다른 팀들을 위주로 무대를 꾸미는 것도 이상하다. 그래서 CJ E&M 측은 이 상황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MAMA는 시상식이 아니다"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음악을 매개로 세계인이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또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문화사업'이라는 게 CJ E&M 측의 설명이다.
타이틀에 '시상식'을 넣어두고는 "시상식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그러면서도 각종 부문 시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좀 더 내면을 들여다보고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말이기도 하다. 어차피 퍼포먼스 위주의 공연이라 시상 자체도 퍼포먼스로 생각해달라는 뜻이다. 그렇게 생각한 후 MAMA를 보면 퍼포먼스 자체는 수준급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참여하는 가수들은 그동안 보여줬던 자신들의 무대에 새로운 볼거리를 추가해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가수들 간의 콜라보레이션을 주도해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무대로 현장에 있던 관객들과 TV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지상파의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도 보기 힘든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공연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일단 MAMA는 대중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한류 이어가는 문화행사로 자리매김
2년여 전 난데없이 불어닥친 유럽 및 남미 내 한류 바람으로 국내 대중문화계가 들썩거렸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이 샤이니와 2NE1을 외치고 박수를 보내니 생소할 수밖에. 필자 역시 당시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빅뱅과 2NE1의 노래를 부르고 YG엔터테인먼트를 연호하는 현지인 무리를 만난 적이 있다. TV로는 봤지만 눈앞에 펼쳐진 생소한 풍경에 놀라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머물러 있었다. 한참을 지켜보다 10대 흑인 여학생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더니 "빅뱅 공연을 영국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티셔츠를 들어 보였다. 그 티셔츠에는 빅뱅 멤버 태양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그 후로 유럽이나 남미권에서는 끊임없이 한류 관련 이슈가 쏟아졌다. 한국 유명 아이돌 가수들은 현지 공략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거리 문제 등으로 유럽과 남미를 정기적으로 찾아가 프로모션 작업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동거리를 최소화하면서도 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을 찾는 게 한층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를테면, 해외를 공략하더라도 가까운 일본이나 중화권에 먼저 들어가 일종의 '와글와글 효과'를 만든 다음 유럽과 남미로 퍼져 나가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미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통해 입증됐듯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등이 확산돼 아시아권 내 화려한 이벤트가 전 세계로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다.
이렇게 따져봤을 때, MAMA는 한류 유지 및 확산에 꽤나 효과적인 콘텐츠다. 한국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시상식을 개최하면서 굳이 해외로 나가 행사를 치르고, 시상 자체보다 퍼포먼스에 집중해 해외 팬들의 주목도를 높인다. 결과적으로 국내 스타들을 아시아에, 그리고 세계에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목적이다. CJ E&M이 이 행사를 통해 사적 이윤을 추구하겠지만, 어쨌든 공적인 영역에서 꽤 선순환적인 요소가 많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럼에도 부작용이 없진 않다. MAMA가 연간 국내 대중문화계에서 꽤나 중요한 행사로 부각되면서 가요계 팬들 사이에서 경합이 붙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MAMA에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이 나가고 YG엔터테인먼트가 누락되면 그 팬들이 반발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는 각 소속사 관계자들 또는 아티스트와 MAMA 제작진 간의 불협화음도 있겠지만 스케줄 등 현실적인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앞서 필자가 말한 것처럼 '해외 개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자충수' 중 일부이기도 하다. 해외 일정을 맞추려면 리허설과 여행기간 등을 포함해 사흘 정도는 일정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바쁜 한류 스타들이 이 시간을 턱턱 내놓을 수는 없다. 그러다 보면 결국 제작진도 시간이 허락하는 아티스트 위주로 무대를 구성하게 되고, 결국엔 '시상식'이라고 하기엔 '빈틈'이 많은 행사가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시상식이란 말을 최대한 내려놓는다고 해도 아시아권에 생중계되는 대형 행사인 만큼 팬의 입장에선 '내가 밀어주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빠지게 되면 섭섭한 게 당연한 노릇이다. 이러저러해서 제작진은 시상식 아닌 시상식을 진행하고, 대형 음악축제를 기획하면서 가요 기획사와 팬들의 눈치까지 보는 3중, 4중의 수고를 하는 처지가 됐다. 뭐가 됐든, 이 행사는 2020년까지 5년에 걸쳐 10조원을 투자해 문화사업을 글로벌 톱 10으로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한 CJ의 작품이다. 이미 스케일을 키운 만큼 앞으로도 부작용이 속출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긍정적 요소를 부각시키며 최선의 방어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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