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학생들은 더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강주헌 옮김
교양의 중요성에 주목해 온 하버드대학교 학생들도 이제는 더 이상 인문학과 교양교육을 받지 않는다. 교양교육을 받고 학위를 받은 후에도 그 지식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른 채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고 있다. 플로리다,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들은 교양교육을 지원하는 데 납세자들의 돈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갔다. 2014년 초 제네럴 일렉트릭 공장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학생들보다는 경영학과 같은 실용학문을 공부한 학생들이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 이후로도 오바마는 비슷한 의견을 꾸준히 피력해 왔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조차도 인문학과 교양교육은 설 자리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청소년 시기까지 기능 위주의 교육을 중시하는 인도에서 교육을 받은 인도계 미국인인 만큼, 미국 교육의 이런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인도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후 예일대학교를 거쳐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국제정치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의 최연소 편집장, '뉴스위크' 편집장을 역임했다. '청년 키신저'라고 불리며, CNN '파리드 자카리아 GPS'의 사회자로 국제정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으로 주목을 받아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이런 경력을 가진 저자의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만연한 교양교육 경시는 '근시안적인 교육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교양교육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지금 우리가 배우고 있는 지식이 10년 후, 20년 후 우리의 직업을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익힌다면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더라도 그 변화에 적응해 나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드류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은 "첫 번째 직업이 아닌 여섯 번째 직업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주는 것이 교양교육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현 시기를 세계화의 가속화, 자본주의의 극단화,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정의한다. 그리고 기업과 조직 안에서 안정된 삶과 성공이 보장되던 시대가 지나가고, 산업구조와 지식지형이 하루아침에 변화하여 정치'경제'사회의 세력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모든 것이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시대, 우리를 지켜줄 지식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교양교육의 의미와 역할을 다시 묻고 있다.
테크놀로지와 교양교육은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국가나 기업 간 제조업 능력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디자인과 마케팅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자동차, 의복, 커피에 더 높은 부가가치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통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덧입혀야 한다. 영화 이나 은 미학적 시각과 문화적인 해석력 같은 인문학적 사고력이 밑거름이 됐다. 스티브 잡스는 신형 아이패드를 공개하면서 "테크놀로지가 교양학과 결합할 때, 테크놀로지가 인문학과 결합할 때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결과물이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주장한다. 미국이 섣불리 (실용교육 중심의) 아시아의 교육을 모방하려고 하기 전에 가장 미국다운 교육, 저자가 처음 미국대학에서 접했던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자유방임적인 태도와 기업가 문화가 강조되는 교육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기본은 바로 분석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던, 엄격하고 까다로운 미국식 교양교육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럼, 한국의 대학교육은 어떻게 가야 할까? 24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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