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을 훈계함
도잠
양쪽 귀밑머리 하얗게 새어지고
탱탱하던 그 피부가 쭈그러져 버린 나이
아들이 다섯이나 되기는 하지마는
모두 다 공부하기 좋아하지 않는구나
큰아들 서(舒)는 이미 열여섯 살 먹었건만
원래가 천하제일의 게으름뱅이이고
선(宣)이 녀석 나이가 열다섯이 되어가나
문장과 학술을 사랑하지 않는구나
쌍둥이 옹(雍)과 단(端)은 열셋이 되었지만
여섯과 일곱조차 헤아리지 못하고
통(通)이는 아홉 살이 다 되어 가건마는
배와 밤 내놓으라며 마냥 징징대는구나
아아! 하늘의 운이 진실로 이럴진대
에라이, 또 술이나 퍼마시며 달랠밖에
白髮被兩鬢 (백발피양빈) 肌膚不復實(기부불부실)
雖有五男兒(수유오남아) 總不好紙筆(총불호지필)
阿舒已二八(아서이이팔) 懶惰故無匹(나타고무필)
阿宣行志學(아선행지학) 而不愛文術(이불애문술)
雍端年十三(옹단연십삼) 不識六與七(불식육여칠)
通子垂九齡(통자수구령) 但覓梨與栗(단멱리여율)
天運苟如此(천운구여차) 且進杯中物(차진배중물)
*원제: [責子(책자)] *도잠(陶潛): 그의 자가 연명(淵明)이므로 흔히 도연명으로 불리는 시인.
이 시를 지은 도연명은 중국문학사에서 이백과 두보에 버금가는 아주 위대한 시인이다. 벼슬을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가는 벅찬 희열을 노래한 그의 '귀거래사'는 옛날 웬만한 서당 개들도 대강 다 외웠던 명문장이고, '飮酒'(음주)를 비롯한 많은 시들이 아직도 뜨겁게 사랑받고 있다.
도연명은 자식 교육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맏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의 이름을 지어주면서 '뼈대 있는 집안의 후손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시를 지었고, 자식교육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던 흔적도 남아 있다. 하지만 도연명도 자식교육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시의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첫째는 완전 게으름뱅이이고, 둘째는 공부하고 담을 쌓았다. 그다음 쌍둥이는 나이 열셋에 여섯과 일곱도 구별할 줄 모르는 특수 지진아에 해당되고, 막내는 아직도 먹는 것만 찾는 철없는 식충이에 불과하다. 하나같이 늙은 아비의 애간장을 다 끊어놓고, 허파를 확 뒤집어놓는 참 한심한 아들들뿐이다. 하지만 어찌 도연명만 그러랴. 실상 이 세상 대부분의 아비들은 이런 애가 타는 아비들이니, 잘나가는 아들 자랑 부디 삼가주시고, 남의 아들 소식을 눈치 없이 불쑥 묻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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