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량 식품 제조에 경종 울린 대구지방법원

발암물질인 벤젠이 함유된 면실원유(목화씨 기름)를 수입해 정제한 뒤 식용기름으로 만들어 판매한 식품업체 대표와 이 업체 중국 법인 대표에게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가 각각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30억원씩의 벌금도 각각 물렸다. 범행을 도운 이 업체 이사와 부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아 실형은 면했지만 역시 30억원씩의 벌금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은 중국 산둥성 현지 법인 공장과 경기도 안산의 본사 공장에서 벤젠이 함유된 면실원유에 참깨 추출물, 옥수수유 등을 섞어 맛기름을 만든 뒤 전국의 식당 및 마트 등 83곳에 980t 26억원 상당어치를 팔았다가 징역에다 거액의 벌금까지 물게 됐다. 이들은 '벤젠이 첨가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기름 탱크 등에서 벤젠 성분이 나온 점 등을 들어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벤젠은 세계보건기구 등이 A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대표적인 독성물질로 섭취하면 피부염, 백혈병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식품에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물질인 만큼 세심한 관리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독성물질을 돈벌이에 이용한 업자라면 고의성 여부를 불문하고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박근혜정부 들어 4대악을 뿌리 뽑는다며 불량 식품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지만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다.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이 밝힌 불량 식품 사범은 지난해 2만3천49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약식 기소되거나 아예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법원 역시 재판에 넘겨진 불량 식품 사범에 대해 집행유예나 벌금으로 풀어주는 것이 다반사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불량 식품을 뿌리 뽑을 수 없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소홀히 하면 어떤 범죄도 예방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은 불량 식품 제조 및 유통에 경종을 울린 의미가 크다. '불특정 다수 소비자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의 신뢰를 해쳤다는 점에서 죄가 무겁다'는 판결을 불량 식품을 제조하고 있는 업자들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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