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신문사에서 퀴즈를 냈다. "런던에서 맨체스터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였다. 큰 상금이 걸린 이 퀴즈에 수학자, 과학자 등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응모했다. 수많은 해답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한 답안은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
최근에 라피끄(Rafik)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라피끄'란 '먼 길을 함께할 동반자'란 뜻을 지닌 아랍어다. 사막에서 생사가 걸린 먼 길을 가기 위해서 그들에겐 진정한 동반자가 절실했던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네 삶에서 중요한 동반자, 좋은 동반자가 되기 위해 지녀야할 필수조건은 '공감'이다.
악성 베토벤의 성공에는 공감의 동반자가 있었다. 바로 '어머니'였다. 천둥과 비바람 부는 어느 날, 소년 베토벤이 마당에서 혼자 비를 맞으며 나뭇잎에 내리는 빗방울 소리와 바람 소리에 흠뻑 빠져 있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집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소리치는 대신, 아들에게 다가가 아들을 꼭 껴안고 함께 비를 맞았다. "그래,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함께 들어 보자"며 폭우처럼 쏟아내는 아들의 질문에 답하며 공감해준 어머니로 인해 위대한 교향곡은 싹트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문득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밥 호프의 일화가 떠오른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전쟁에서 부상당해 돌아온 부상병들을 위한 위문공연이 계획되어 밥 호프를 부르기로 했다. 밥 호프의 스케줄은 이미 꽉 차 있어서 딱 5분만 무대에 서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밥 호프가 무대에 오르자, 사람들은 마구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5분이 지나 10분, 20분이 흐르고 무려 40분을 넘겨서야 공연을 마쳤다. 공연을 마친 그의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유는 맨 앞줄에 앉은 두 부상병 때문이었다.
한 사람은 오른팔을 잃어버렸고, 다른 한 사람은 왼팔을 잃은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남은 한 팔을 이용해 공연 내내 함께 박수를 치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 두 사람의 행동과 마음에서 밥 호프는 '행복한 동반'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달픈 인생길에서 우리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워가며 행복해 하는 동반자를 얼마나 만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지만 방법은 있다. 내 스스로 좋은 동반자가 되어 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홀로 비를 맞는 상대에게 다가가 우산을 내미는 대신 함께 비를 맞아 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 보자.
어느새 12월, 본격적인 겨울이다. 깊은 밤 일터에서 돌아오는 가족을 기다리는 거실의 불빛, 길 잃은 등산객을 위해 켜둔 산장의 불빛 같은 마음으로 내가 먼저 손을 살포시 내밀면 어떨까. 한 해의 끝자락에서 행복한 동반을 소망하며 경건하게 두 손을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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