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망사·실·목장갑 천·철사 모인 2.5m 덩어리…손바느질한 '감정 세포'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아트스타' 오지연

오지연 작가의
오지연 작가의 '감정세포-아름다운 짐' 전시 작품

봉산문화회관 기획시리즈 '2015 유리상자 아트스타' 다섯 번째 전시 오지연의 '감정세포-아름다운 짐'전이 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부드럽고 유기적인 형태의 조각을 연구하는 오 작가의 오랜 프로젝트 가운데 최근 것들이다.

전시는 사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상자 공간에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을 담으려는 작가의 내적 청원에서 시작된다. 유리상자 안에는 알 수 없는 타원 형태의 결속과 여러 가닥의 붉은 실이 산발적으로 결합한 덩어리가 있다. 덩어리는 거꾸로 뒤집혀 부유하는 한 송이 붉은 나리꽃, 소중한 것을 품은 종 모양의 붉은색 열매를 닮았다.

높이 2.5m 정도의 이 덩어리는 속이 들여다보이도록 얇은 붉은색 망사, 붉은빛의 실, 부드러운 목장갑의 조각 천, 형태를 잡아주는 철사 등을 손바느질해 연결했다. 그 아래 흰 바닥을 배경으로 인체의 피부나 살덩이의 광경을 연상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그리고 일상적 재료의 물성과 대면한 에스키스(밑그림)를 현실 공간 속에 옮겨가며 오랜 시간 동안 완성한 이 작품은 일종의 시공간적인 드로잉이다.

작가가 이름 붙인 '감정세포'는 붉은색 고무로 코팅한 목장갑에서 느낀 인체의 부드러움과 살아 있는 듯한 감정에 대한 존중의 의미이지만, 그 속에 신비한 힘이 있어 스스로 분열하고 성장해 시간과 공간의 층위 변화가 가능할 것처럼 상상하게 만든다.

정종구 큐레이터는 "작가는 목장갑으로 만든 타원형 세포 모양의 단위체를 매개로 어린 시절의 감정을 호출하고, '실'을 이용해 이들을 물리적으로 결속해 그 무게에 짓눌리지만 벗어던질 수 없는 '아름다운 짐'을 구축한다"며 "관객의 기대에 연결 고리를 찾고 투명한 소통을 나누려는 이 구축 행위는 작가만의 '감정'에서 확장된 우리 모두의 '공감'으로 나아가려는 기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12일(토) 오후 4시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작가가 사용한 재료를 이용해 설치작품을 만드는 시민참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바늘을 가지고 와야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다음 달 24(일)까지 계속된다.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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