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현대극 거장 올비 최근작, 국내 첫 공연 대구에서

'집에서 동물원에서' 13일까지

집에서(위부터 피터, 앤)와 동물원에서(아래부터 제리, 피터). 극단 구리거울 제공
집에서(위부터 피터, 앤)와 동물원에서(아래부터 제리, 피터). 극단 구리거울 제공

미국 현대극을 대표하는 작가 에드워드 올비(1928~)의 최근작 '집에서 동물원에서'(At Home At the Zoo)가 한국에서 첫 공연된다. 장소는 대구다. 극단 구리거울이 8일(화)부터 13일(일)까지 남구청소년창작센터 창공홀 무대에 올린다.

올비는 30대였던 1958년 '동물원 이야기'를 발표했다. 그런데 80대가 돼 돌연 '집에서'를 쓰더니, '동물원 이야기'를 2막으로 '집에서'를 1막으로 배치한 2막극 '집에서 동물원에서'를 2007년에 내놓았다. 2개의 막을 합쳐야 하나의 완전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결국 '집에서 동물원에서'는 올비가 평생에 걸쳐 쓴 희곡인 셈이다. 현재 올비는 '집에서 동물원에서'만 정본으로 인정하고 무대 공연을 허락하고 있다.

'동물원 이야기'는 소외에 대해 깨달은 제리가 스스로 소외 속에서 사는 피터에게 접근해 문답을 펼치는 내용이다. 제리는 소외의 감옥에 자신을 가둔 채 안전한 삶을 산다고 착각하는 피터를 일깨우려 노력한다.

사실 제리가 피터를 처음 만났을 때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한다. "동물원에 다녀왔어요." 동물원은 동물들이 각자의 우리에 갇혀 지내는 곳이고, 바로 그런 삶을 사는 현대인들이 모인 현대사회를 가리킨다.

올비는 '동물원 이야기'에서 제리와 달리 피터의 캐릭터는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집에서'를 쓴 것. 2막에 제리가 있다면, 1막에서는 아내 앤이 남편 피터를 자기 소외의 늪에서 끌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질문을 던진다.

작품 내내 이어지는 제리와 앤의 질문은, 피터는 물론 관객들에게도 유효하다. 번역 및 연출을 담당한 김미정 극단 구리거울 대표는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삶이 과연 제대로 된 삶인지, 혹여 스스로 가두며 눈먼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이 작품을 계기로 함께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송희(피터 역), 허세정(앤 역), 이승복(제리 역)이 출연한다.

드라마 트루기(작가나 연출가의 의도가 작품 속에서 잘 살아날 수 있도록 극작술적인 면에서 조언을 해 주는 것)는 정문영 계명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맡았다.

전석 3만원.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7시, 일요일 오후 3시. 053)655-7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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