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세습의 共産 역사 써내려간 북한
유교 발상 중국보다 더 유교적인 한국
청출어람의 한계 벗은 강인한 민족
지독함 넘어 실력 챙기는 자세 필요
지난달 7일, 근 70년 만에 역사적인 중국-대만 정상회담이 열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서로 '선생'이라 호칭하며 환하게 손을 맞잡은 것이다. 시 주석이 지금까지의 대등한 양안(兩岸) 정상회담의 불수용 입장을 깨며 대만을 유연하게 끌어안은 셈이다. 바로 '하나의 중국'을 위한 실용의 선택이 아니고 무엇이랴. 올해로 분단 70년을 맞았던 우리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파격은 더 화급한 한반도에선 불가능할까? 공산권에선 청출어람 같은 북한이 그리 모질어서일까?
우선 북한만 헤집어 보자. 1990년대 전후 냉전에 종언(終焉)을 고했던 구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로 공산주의가 허물어졌음에도 북한은 체제를 유지했었고, 곧이어 1994년 '영원한 주석' 김일성 사망에도 세계사에서 유례조차 없는 '유훈 통치'로 명맥을 이어갔으며, 수십만 명의 인민을 굶겨 죽이면서도 '고난의 행군'으로 질곡의 시간을 용케도 넘겼었다. 2011년 김정일 사망에도 서른도 되지 않은 김정은이 3대 세습이란 새 공산(共産) 역사를 쓰며 일인독재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 사이 이란마저도 서방과 핵협상을 타결하고, 쿠바마저도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며 세상 밖으로 나오는데, 북한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추구하며 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니, 이 얼마나 완고한 청출어람이란 말인가.
최근 북한 최룡해 당 비서가 11월 7일 사망한 리을설 인민군 원수의 장례에 국가장의위원으로 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에 대해, 언론들이 가지가지 분석을 쏟아낸 것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 든다.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의 부실공사 책임으로 지방 협동농장에 보내져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다는 추측, 또는 올 연말 경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만들어내기 위해 중국에 가 있다는 설, 또 건강 이상설까지 무성하기 그지없었다. 배운 대로 진정 내부의 동향에는 철옹성 같은 접근 불가이다. 행여 마구잡이로 더듬어대는 바깥 언론들을 보며 가소로워하지는 않는지 걱정이 될 뿐이다.
북한만 그럴까? 중국에서 유교를 수입해 천 년 이상을 지켜오며, 발상지인 중국보다 더 유교적인 한국 사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머지않은 조상들은 상복을 1년 입을지, 3년 입을지를 두고 예론 논쟁을 벌이며 목숨까지 걸었으니 더 말해 뭐할까마는 아직까지도 펄펄 살아 압박하는 제사 문화 하나만 봐도 그렇다. 중국은 길어야 3년간 제사를 모시는 정도인데, 우리는 최소한 증조(曾祖)까진 기본으로 모신다. 그것도 기제사는 물론이고 설과 추석 명절에는 차례까지 어김이 없다. 조상의 혼백(魂魄)이 비산(飛散)되고도 남을 세월의 흐름에도 마치 '강시'처럼 살아 있는 양 모시는 격이다. 유교 원조도 한국이야말로 진정 청출어람이라 아낌없이 인정하리라!
불과 반세기 전,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한국이 고도성장을 이루며 G-20 국가가 되었고, 원조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음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누가 이런 변화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말이다. 타자(他者)의 시각에서 우리를 보면 어떨까? 한편으론 끈기와 근면을 갖춘 강인한 민족이라 하겠지만, '참으로 모질고 지독한 존재'로도 각인되진 않았을까? 경제뿐이랴, 골프에서나 야구에서나 빙상에서나 음악에서나, 많지 않은 숫자로도 세계를 휘젓는 현실을 보며, 경탄 속에서도 전율은 느끼지 않았을까? 도대체 한민족에겐 청출어람의 한계란 어디까지인가 하고 말이다.
미국과 중국 간 세계적 패권 다툼이 현란한 시점에서, 우리는 중국 쪽으로 너무 경사됐다는 질시와, 오히려 중국 견제에 중요한 일각(一角)이 돼야 함을 잊어선 안 된다는 채근 속에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태평양으로의 길과 대륙으로의 길 사이에서 누이 매부 다 좋도록 하는 균형자적 비전도 제시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움켜쥐곤 한다. 주변 환경과 시절이 만만찮다. 지독한 것만으론 충분치 않을 것이다. 자나깨나 실력 챙겨가는 청출어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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