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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상균, 조계사서 걸어 나와 재판 받아야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서 당분간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 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2천만 노동자의 소명을 저버릴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대독한 얼굴 없는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다.

종교 시설에 숨어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내세운 한 위원장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1차 민중 총궐기' 집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종교 시설인 조계사로 피신했다. 신도회가 6일까지 퇴거를 요구하자 '고민해 보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5일 2차 민중 총궐기 후 경찰에 자진 출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와 올 5월 노동절 집회 때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구속 및 체포 영장도 발부되어 있다. 그동안 열린 공판에도 세 차례나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난달 14일 폭력 집회로 물의를 빚은 '1차 민중 총궐기'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그는 "노동 개악이 중단되면 출두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추진 중이다. 파견근로법 등 노동 관련 5개 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청년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촉진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용역 근로 등의 파견 허용 대상 확대로 중장년층 일자리도 늘리고, 실업급여 지급 기간과 수준도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한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동 개악을 내세워 자신에 대한 법 집행을 막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관련 법안은 국회에 상정돼 있고 노사정위원회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협의 중이다. 1천800만 근로자 중 민주노총 소속은 63만여 명이다. 이들 역시 국회와 노사정위를 통해 요구를 관철해야 한다. 위원장이 종교시설에 숨어 '노동 개악'을 외친다고 '노동개혁' 필요성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 자신과 민주노총에 당당하려면 한 위원장 스스로 출두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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