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이 김선달 버금가는 풍자 인물 '방학중'

음식 훔치고 남 속이는 '천하잡보'…기득권층 골탕 먹인 영웅으로 재조명

방학중 설화에는 상전의 음식 빼앗아 먹기'팔아먹기'떡방아 찧는 여인을 속여 떡 훔쳐 먹기'포대에 갇혔는데 다른 사람과 자리 바꿔 대신 죽게 하기'주인의 편지 내용을 고쳐 주인의 딸과 결혼하기'순라꾼 속이기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풍자'해학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번 마당극의 총감독'연출을 맡은 황영호 씨도 극본을 만들면서 방학중의 인물 표현이 무척 고민스러웠다고 했다.

"방학중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무대에 올리기에는 내용의 수위가 다소 위험해 보이는 것들이 많아 무척 고민했다. 영덕에서는 이른바 '천하잡보'로 불리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행위 그 자체로만 보면 속된 말로 '잡놈'이라는 표현에 근접한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인물로 이야기 속 재치, 그리고 꾀스러움은 탄복을 자아낸다. 그래서 '천하 꾀쟁이'로 표현을 바꿔 거부감 없이 그의 골계미를 표현했다."

지난 2013년 10월 영덕군과 영덕문화원이 안동대학교 민속학연구소와 함께 개최한 '천하잡보 방학중의 해학과 풍자'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통해서도 방학중이라는 인물의 면모를 다른 각도로 조명했다.

당시 심포지엄에서 임재해 안동대 교수는 방학중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두 가지로 크게 나눴다.

임 교수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방학중은 빈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생을 백수로 떠돌아다녔지만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고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아온 건달이다. 전설적 인물로서의 방학중은 못하는 것이 없는 기발한 재주꾼으로서 기득권층을 골탕먹인 영웅적 인물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강옥 영남대 교수는 방학중을 민중의 내면세계 표상으로 봤다.

이 교수는 "민중들이 방학중 이야기를 하거나 듣는 것은 자기들의 은밀한 욕망을 대리 충족하는 의미를 가지면서도 내면의 부끄러운 부분을 들여다보고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방학중 설화는 방학중이란 해학적 인물을 매개로 구한말 어지럽고 힘든 민중의 삶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윤색되거나 덧붙여진 이야기의 성격도 짙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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