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 마당극에 출연한 다양한 직업과 나이의 '동네 배우'들은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생기 넘치는 목소리를 냈다. 또한 영덕의 콘텐츠를 자신들이 발전시킨다는 자부심 또한 적지 않았다. 그들은 매주 두 차례씩 모여 내년 1월 7일 두 번째 공연 준비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앞돌이 역 김진태(32'사회복지사)
취미생활로 예전에 춤 같은 것을 하기도 해서 호기심에 도전했는데 연기는 처음이라 엄청난 압박감이 있었다. 하지만 연습 과정에서 서로 격려하면서 힘든 고비를 넘기고 공연하고 나니까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미혼인데 어머니, 큰어머니가 보시고 놀라며 격려와 칭찬을 해주셨다. 직장 동료의 격려도 있어 힘이 난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계속 하고 싶다.
◆곱단이 역 석지수(22'치과 근무)
대학교 때 전공이 연기였다. 오디션 현수막을 보고 참가했다. 연출가 선생님이나 함께하시는 분들이 모두 좋은 분들이어서 공연이 잘된 것 같다. 공연을 관람하신 부모님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너무 좋아하셨다. 특히 여든아홉 되신 할아버지는 고향이 평양인 실향민이신데 방학중이라는 인물에 대해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접했고 내용도 재미있다며 무척 좋아하셨다. 기회가 되면 연기자의 길을 걷고 싶다. 1월 7일 앙코르공연에는 모교인 대구과학대 선생님들과 선후배들도 초청하고 싶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잃었던 꿈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됐다.
◆연이 역 김순희(45'주부)
연기가 처음이라 하면서 배운 것도 많고 사람도 사귀고 했다. 마치니 느끼는 것이 많았다. 주민들의 반응이 좋았지만 앙코르 공연까지 할 줄 몰랐다. 우리 지역 영덕만의 문화적인 콘텐츠에 대해 많이 공감하고 전파됐으면 좋겠다. 애들 친구들도 관람하고 딸이 엄마 최고였다고 엄지를 내밀고, 치매기가 있는 친정아버지까지 관람하고 "막내딸 이런 것도 할 줄 아느냐"는 칭찬에 뭉클했고. 모두들 기대도 않고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고 해주신다. 그때 비도 오고 토요일이었는데 많은 분이 호응해 주셔서 너무 힘이 났다. 관객들을 보고 대기실에서도 잘하자 잘하자 서로를 격려했었다.
◆방학중 역 신재혁(45'사진작가)
스트레스도 짜증도 있었지만 공연하면서 서로 화합해 뿌듯했다. 특히 배우가 필요하다고 해서 집사람(상인 역 김혜경)도 소개한 뒤 공연까지 함께 하니 의미가 남달랐다. 공연 때 중3'중2'초교 6학년 3남매 중 둘째 셋째 딸이 와서 봤는데 '실수 없이 잘했다'는 칭찬과 격려를 받았다. 아이들한테 춤도 조언받았고 대본 리딩도 같이 하고 해서 아이들과의 대화에도 도움이 됐다.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도 오셨는데 모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부부간에도 대화를 많이 나눠 부부애도 깊어졌다.
◆상인 역 김혜경(42'피아노학원)
딸'아들 같은 아이들과 율동을 하고 연기하는 게 신선했고 기억에도 남고 재미있었다. 우리 집 아이들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남편(방학중 역 신재혁)과 함께 부부가 같이 출연해 성공적으로 공연하고 나니 뿌듯했다. 서로 조언해주고 아이들과 함께 연습하면서 집안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다. 연출가가 야단칠 때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공연이 성공리에 끝나고 뒤풀이를 하면서 그동안의 힘들었던 것들이 한순간에 다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마님 역 김옥희(65'새마을부녀회장)
방학중이라는 사람을 이번 마당극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많은데 뛰어난 지식도 재능도 없지만 재치와 정으로 이웃들과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이웃들이 많았는데 앙코르 공연에는 많은 분이 오겠다고 할 정도로 소문도 많이 났다. 현재 주부연극단 영덕여성합창단 줌마난타 기타동호회도 하고 병곡초 차량 도우미도 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 앙코르 공연이 내년 1월 예정돼 있는데 함께했던 중'고등학생들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생활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어 준 공연이었다.
◆최진사 역 최병인(50'인량1리 이장)
지난해 주민 참여 연극에 잠깐 참여했는데 마당극이라고 해서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두려웠지만 해내고 나니 뿌듯하다. 또한 초보 이장이라 할 일도 많고 저녁 술자리도 많았는데 새로운 취미를 가지고 공연에 몰입하다 보니 술자리도 줄어들었다. 가족들도 좋아해 주고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과 고2인 아이들이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 기분이 좋았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영덕 방학중은 김선달만큼 유명하다. 어르신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것을 극화해서 반응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어르신들은 좀 더 원작에 가깝게 가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이제 별명으로 최진사라 불러주신다.
◆돌쇠 권수정(20'안동대 학생'뮤지컬 배우)
배우가 모자라서 외지인으로는 내가 유일했다. 처음에는 주민들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실력을 뛰어넘을 만큼 열정은 뛰어났다. 춤이 안 되는 분들은 집에 가서 완성시켜 오셨다. 열정만큼은 배울 점이 많았다.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는데 공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중고생 친구들이 분위기를 띄우는 감초 역할을 해서 좋았다. 공연 끝나고 안동 가니까 생각도 많이 났다. 앙코르 공연이 원래 잡혀 있던 게 아니라 못 하게 돼서 많이 아쉬워했다. 뒤풀이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멤버 그대로 계속 공연하자는 말도 했을 정도였다. 밴드도 만들어 서로 안부도 묻고 생일도 챙겨줄 정도로 이젠 무척 친밀해졌다,
◆중'고생 5명-김정효'이민혁(영해고1)과 박은지'권선희'강현지(강구중3)
지난 방학중 공연에서 어른들에게 큰 활력을 심어줬고 어린 나이에도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학교 공부가 우선이다 보니 부모님의 걱정도 적지 않아 내년 1월 7일 공연에는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차기 공연에 함께하지 못해 정말 아쉽다. 우리를 대신해 영덕의 학생 4명이 내년 1월 공연에 출연한다. 기대해 달라.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