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이모(18) 군은 지난해 같은 반 친구 권유로 불법 스포츠토토를 시작했다.
친구가 스포츠토토를 통해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땄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 시작한 것이다. A군은 매일 2, 3경기에 3천원에서 3만원까지 걸었다. 운이 좋을 때는 1만2천원으로 8만원을 따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돈을 잃었다. A군은 "본전이라도 찾겠다는 생각에 매일 밤 스포츠토토에 매달렸고 학교 성적은 바닥으로 곤두박질했다"고 말했다.
최근 10대 사이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불법 인터넷 도박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 인터넷 도박으로 검거된 930명 가운데 3%(28명)가 10대 청소년으로 집계돼 오히려 50대 이상(2.3%)보다 많았다. 올해도 11월 말 현재 총 13명의 청소년이 인터넷 도박으로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10대 청소년은 대부분 부모 통장으로 도박하다가 걸리며 주로 보호처분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인터넷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한 반에 보통 70~80%의 학생이 불법 인터넷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관계자는 "보통 도박 문제로 상담을 받는 20, 30대 가운데는 10대 때 도박을 시작한 이들이 많다"고 했다.
청소년들이 주로 하는 인터넷 도박은 불법 스포츠토토와 사다리게임 등이다. 성인 인증 절차가 없고 통장만 있으면 가입이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SNS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접근도 쉬워졌다. 특히 SNS 상에는 인기 게시물에 인터넷 도박을 광고하는 댓글이 달려 링크만 클릭하면 바로 도박사이트로 접속되도록 해놨다. 더욱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는 인터넷 불법 도박과 관련된 강의 영상까지 나돌고 있어 청소년 도박을 부추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 온라인에는 광고성 댓글도 많고 친구 사이에 도박 사이트를 공유하기도 한다"며 "통장도 대포통장이나 부모통장으로 등록한다"고 말했다.
김난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구센터장은 "불법 인터넷 도박이 청소년 사회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지만 부모나 기성세대는 여전히 그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태 파악과 함께 일선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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