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국회를 향해 '밥값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노동시장 구조 조정과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정부와 여당이 제출한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과 분노를 격정적으로 토로한 것이다.
이에 여당은 행정부 수반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지만, 야당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심지어 삼권분립을 규정한 헌법 질서를 대통령이 위배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열쇠는 야당이 쥐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현실적으로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와 여당이 선택한 방법은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방식이다. 총선을 앞둔 야당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여론이 유일한 탓이다.
박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다시 한 번 '야당 압박용' 대국민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 '노동시장 개혁 거부는 청년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야당을 강력하게 성토했다.
전날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주요 법안 처리를 당부할 때보다 한층 더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교육과 의료를 포함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수차례 발표한 점을 들며 야당의 자가당착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잇따른 야당 공격의 배경에 노동시장 구조 조정과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 법안이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수도 있다는 절박감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주요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와 이어질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경우 내년 4월 총선과 맞물려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 임기 3년 차를 마무리하기 전에 일정한 성과를 내야 후반기 국정 운영이 원활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여당은 힘을 보태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동개혁 법안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하기로 한 만큼 야당이 즉시 법안 논의에 착수해주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내놓은 법안은 노동시장과 소득 양극화를 해결할 대안이 되지 못한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동시장 구조 조정을 위한 5개 법안 가운데 기간제법과 파견법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관훈클럽토론회에서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말하자면 비정규직 양산법이라 우리 당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고 나머지 3개 법안은 개악의 요소가 제외된다면 충분히 입법이 가능하다"고 분리 처리를 제안했다.
야당 일각에선 대통령이 국회 협상 과정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의 협상 상대는 새누리당 원내 총감독 역할을 하는 박 대통령이 아니다"며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반대자들에게 눈으로 레이저를 쏘는 것이 아니라 소통 의지와 설득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애국가 부른게 죄?' 이철우 지사,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여권 잠룡 홍준표·한동훈·오세훈, "尹 구속 취소 환영·당연"
이재명 "검찰이 산수 잘못 했다고 헌정파괴 사실 없어지지 않아"
민주당 "검찰총장, 시간 허비하며 '尹 석방기도' 의심돼"
홍준표 "尹탄핵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혼란이 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