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체질 개선 없는 당명 변경, 건전한 야당 안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명을 바꾸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7일부터 국민과 당원을 상대로 공모에 들어갔다. 새 당명은 내년 2월 1일 발표한다. 이로써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민주당이 지난해 3월 합당하면서 만들어진 새정치민주연합이란 이름은 1년 11개월 만에 사라지게 됐다.

변경의 이유는 현재 당명이 너무 길고 부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식 회의 때도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정확하게 부르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며, 대부분 어정쩡하게 '우리당'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라는 얘기가 들린다. 문재인 대표가 이미 안 전 대표와 결별을 각오했고, 당명 변경은 이에 대비한 '안철수 흔적 지우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당명 개정이 국민의 호응을 불러올 것 같지는 않다. 체질 개선 없는 화장 고치기이기 때문이다. 그 역사는 오래됐다. 평화민주당이 창당된 1987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2번이나 바뀌었다. 운동권 세력이 대거 합류한 새천년민주당이 창당된 2000년 이후에만 8번이다. 특히 열린우리당 이후 '통합'이란 단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으로 숨 가쁘게 바뀌어왔다.

이렇게 어지럼증이 날만큼 잦은 당명 변경은 국민에게 엄청난 혼란을 줬다. 단적인 예가 통합민주당과 민주통합당이다. 통합민주당이 먼저인지 민주통합당이 먼저인지 알기란 매우 어렵고. 통합이 앞에 오거나 뒤에 붙는 차이가 무엇인지도 아리송할 뿐이다. 제1 야당의 당명에 국민이 이렇게 혼란을 느낀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당명을 바꾼다고 해서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상황에 비춰 그 대답은 '아니오'일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면서도 제대로 된 반성도, 책임지는 자세도 없었다. 혁신한다면서 패권 싸움에만 골몰했다. 내년 총선은 이미 끝났다는 자탄(自歎)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국민에게 큰 불행이다. 야당이 건강해야 나라도 건강해지고 국민의 생활도 편안해진다. 지금 급한 것은 당명 개정이 아니라 건강한 제1 야당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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