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은 줄고 인심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대구 서구의 한 교회는 16년째 매주 한 차례 무료급식소를 운영해왔지만 최근 '운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급식을 한 차례 할 때마다 최소 50만원이 들지만 개인 기부가 뚝 끊기면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운영 중단 위기까지 맞고 있다. 이 교회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연말에는 쌀이나 반찬 등 후원이 잇따랐고 기부금도 넉넉했다. 하지만 올 연말에는 교회 헌금으로 겨우 무료급식소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건이 열악해지면서 봉사자들도 힘들어한다"고 토로했다.
소외계층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대구 무료급식소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경기 불황에 후원금이 주는 데다 무료급식소는 혐오시설이라는 사회적 선입견이 팽배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철거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대구에서 주 1회 이상 운영되는 무료급식소는 모두 48곳이다. 하지만 실제 비정기적으로 운영되는 무료급식소와 종교단체나 자원봉사단체 등에서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운영 단체나 기관들은 경기 불황에 후원금 감소로 최근 운영난에 시달린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도심 5곳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영진 (사)사랑해밥차 단장은 "지난해보다 기부금이 20~30% 정도로 줄었다. 자체적인 모금 활동으로 이벤트 사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경기가 워낙 나빠 시민 참여가 무척 저조하다"고 털어놨다.
무료급식소는 혐오시설이라 여기는 이른바 '님비 현상'도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운영을 중단한 북비산네거리 부근 사랑해밥차가 대표적이다. 2009년부터 6년간 매주 수요일 문을 열던 사랑해밥차는 "주변 환경을 해친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거세지자 지난달 18일 문을 닫아야 했다.
대구역 무료급식소 역시 후원 감소 등으로 참가 단체가 2년 사이 크게 줄었다. 대구역 후문에는 1998년부터 기업이나 종교단체, 봉사단체 등 총 21개 단체가 365일 무료급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최근 인근 상가 주민 등의 반발로 참가 단체가 5곳으로 감소했다. 2008년부터 대구역에서 무료급식을 운영해온 한 종교단체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이 모여드는 노숙자들 때문에 힘들다는 민원을 계속 제기하는 바람에 구청과 경찰에서 무료급식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해 어쩔 수 없이 2013년에 활동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까지 매주 월요일과 토요일에 각각 평리시장, 북비산로터리에서 무료급식을 제공했던 양무리복지회 역시 시장 상인의 민원과 서구청의 명품가로공원 조성에 떠밀려 급식 장소를 평산교회 터로 옮겼다. 이 복지회 관계자는 "급식 한 시간 정도면 봐줄 만도 한데 보기가 싫다며 무턱대고 노숙자를 밀어내는 상황을 겪으면서 정말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기 불황에 따른 이용자는 오히려 늘어 운영 단체나 기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무료급식소 운영자는 "8일 달서구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했는데 이용자가 900명에 달했다. 점점 이용자는 느는데 운영은 어려워지니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무료급식소 운영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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