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창] 결혼은 인륜지대사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한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행사란 뜻이다. 그래서 집안도 따지고 신랑 자리가 어떻고 신부는 행실이 어떻고 하며 사주도 보고 궁합도 본다.

최근 경주 보문단지에서 재미있는 결혼식이 열려 화제다.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에 있는 경주타워와 인근의 중도타워 결혼식이 그것이다.

황룡사 9층 목탑을 재현한 이 두 탑 가운데 경주타워는 음각이어서 처녀탑이 되고 중도타워는 양각으로 세워져서 총각탑이란 것이다. 중도타워가 이런 것을 의식해서 탑을 건립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들리는 이야기로는 모그룹 장모 회장의 불심(佛心)이 크게 작용했다는 소문이다. 아무튼 직선거리 300m의 두 탑은 이렇게 부부의 연을 맺었다.

엑스포 행사의 하나로 열린 이 결혼식은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집례를 맡았고, 최양식 경주시장이 신부 측 혼주, 양승주 동국S&C 대표이사가 신랑 측 혼주를 맡았다. 두 탑을 의인화해 결혼을 시킨 것이다. 중도타워가 처가(보문단지)에 있으니 데릴사위인 셈이다.

기자는 본의 아니게 이 두 탑의 결혼 가능성을 가장 먼저 언급한 중매쟁이가 됐다. 중도타워 건립 계획이 있던 지난 2011년 3월 31일 자에 '마주 보는 두 탑이 서로 양각과 음각을 하고 있으니 음양(陰陽)의 조화가 맞다'며 기사를 게재, 결혼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혼식이 끝난 지 두 달이 넘어 이 두 탑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이 결혼을 너무 일찍 성사한 게 아닌가 하는 세간의 소문이 무성해서다.

신랑 신부도 한두달 쯤 살아 봤으면 이런저런 허물도 보일 때다.

소문의 주요 내용은 신랑(동국산업) 측이 신부(경주시) 측보다 기울고 결혼을 너무 일찍 서둘렀다는 것이다. 새색시인 경주타워는 경주시 가문에서 엄격한 신부 수업을 받은 반면 신랑 측은 재력과 인물은 번듯한데 행실은 그닥…. 기업에서 행실이라면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과 같은 뭐 그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찾아보니 없었다.

특히 사돈댁인 경주시에는 더욱 인색하다.

외국의 어느 부족은 신랑이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소도 팔고 돼지도 팔아 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사위는 달랑 몸만 왔다.

돈 많은 사돈이기에 혹시나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에 따라 경주지역에 장학금 또는 이웃돕기 등에 기부했는지 몰라서 한참 찾아봤지만 그도 없다. 처가 식구들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앞으로의 계획도 없다.

오히려 신랑 측은 결혼 생각도 없었는데, 신부 측이 결혼하자고 매달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했다는 투다.

금쪽같이 곱게 키워서 보냈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다.

옛말에 중매를 잘 서면 술이 석 잔이오, 잘못 서면 뺨이 석 대라는데, 최소한 뺨은 맞지 않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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