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도청 들어서는 안동·예천, 임야 1㎡당 10만원 '금싸라기'

안동 산지전용 허가 100건 훌쩍

경북도청 배후 도시를 꿈꾸는 청송에서도 최근 대형 리조트가 유치되면서 산지 개발 붐이 일고 있다. 고속도로까지 내년 개통되면서 주요 산을 두고 수십 명이 청송군에 문의할 정도다. 사진은 대명리조트 착공식. 청송군 제공
경북도청 배후 도시를 꿈꾸는 청송에서도 최근 대형 리조트가 유치되면서 산지 개발 붐이 일고 있다. 고속도로까지 내년 개통되면서 주요 산을 두고 수십 명이 청송군에 문의할 정도다. 사진은 대명리조트 착공식. 청송군 제공
경북도청이 옮겨가는 안동
경북도청이 옮겨가는 안동'예천권을 중심으로 최근 산지 개발에 불이 붙었다. 대지나 전답보다 값이 싼 산은 개발 이후 수십 배의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산지전용허가 건수가 최근 경북에서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 건립 사업이 진행되는 안동의 산지 개발 현장. 전종훈 기자

조용하던 경북도 내 산골이 시끄럽다. 산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산지 비율이 높은 경북도 내 임야 면적은 134만2천㏊ 정도. 최근 5년 사이 경북도 내 임야 0.3%(4천912㏊)가 최근 5년 새 산지전용허가를 받았다. 개발 바람이 들어간 것이다.

수치로 따지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없지만 임야 가격 상승세를 보면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도청이 들어가는 예천은 20년 전만 해도 ㎡당 800원짜리 산이 가장 비싼 편이었지만 지금은 좋은 산은 10만원을 들고도 매매가 성사되지 않는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던 안동'예천은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서 산지 개발에 더욱 불이 붙었다. 도청 배후 도시를 꿈꾸는 청송도 대형 휴양시설 건립과 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산지 개발이 두드러진 곳이다.

◆도청 이사 가는 안동'예천 산지 특수

안동'예천은 경북도청 이전으로 인해 산지 개발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 9월 말 6년 만에 도청 이전지 주변 56.6㎢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됐다. 이후 10월 한 달간 토지 매매 건수가 32건으로 하루에 한 건꼴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토지 매매가가 1㎡당 15만~30만원 선으로 시세가 만만치 않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바깥도 1㎡당 5만~15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땅 투자 열기가 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도청 이전지는 기존 안동'예천 도심과 다소 거리가 있고 이전지 주변은 대부분 산지가 많다. 이 때문에 산지를 개발하려는 산지전용허가 건수가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안동은 지난 2011년 64건밖에 안 되던 산지전용허가 건수가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 93건으로 50%나 늘었다.

특히 안동은 2013년 이후 산지전용허가 건수가 매년 100건에 이르고 있다. 산으로 태양광발전소가 많이 들어가는데다 택지개발까지 산에서 이뤄지는 상황이다.

예천 역시 '도청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11년 21건에 그친 산지전용허가 건수가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 75건이 접수되면서 350% 이상 늘어났다.

안동시 관계자는 "도청 이전이 내년 2월 마무리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산지 개발에 대한 문의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천군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서 예천 곳곳의 산을 개발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산 지번 등을 대며 도청 이전지와의 거리와 교통 등을 묻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도청 배후 도시 청송 산도 북적거린다

산밖에 없는 청송에도 산지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5년간 산지전용허가가 승인된 면적은 147.8㏊. 예천군이 경북도청 이전으로 최근 산지전용허가 건수가 상당히 늘고 있지만 면적으로 볼 때는 오히려 청송이 더 많다. 예천은 최근 5년간 141㏊ 정도다.

최근 ㈜대명은 주왕산 인근에서 리조트 공사를 위한 착공식을 열었다. 대명은 휴양'레저 시설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로 꼽히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700억원의 자본을 투입해 청송에 투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산림조합중앙회 임업인종합연수원까지 이 인근에 들어서면서 청송이 새로운 관광도시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송 산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청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사과가 생산되는 곳. 300가구 이상이 연간 억대 수익을 올릴 정도로 부농이 많다. 이 때문에 청송의 과수원 땅값은 일반 대지와 비슷하거나 더 비싼 곳도 있다. 고추나 벼농사를 짓던 농민들도 농사를 접고 사과나무를 심을 정도다. 과수원을 사들여 개발한다는 것은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청송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산지전용허가 건수가 30건에 이른다.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하겠다는 신청(4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택지 개발이다.

청송은 도로와 가깝고 해발 고도가 낮은 산지 개발이 많고 산지전용 후 귀농인 주택이나 펜션사업 등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가 내년 말 준공을 앞두고 있어서 나들목이 생기는 파천'진보면 일대 산은 투자가치 1순위로 꼽히면서 매물이 사라졌다.

청송군 관계자는 "지역의 같은 산을 두고 수십 명이 개발행위 가능성과 사업관련 문의를 한 적도 있다"며 "최소한 일주일에 한두 차례는 문의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산지 개발로 100억원 번 고수가 말하는 산 개발 허와 실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마주했던 박모(51'부산) 씨는 산지 개발만 20차례 이상을 해 100억원 이상 수익을 올린 고수였다. 박 씨는 "산지 개발은 알고 하면 '득'이 되지만 모르고 덤볐다가는 '독'이 된다"고 충고했다.

박 씨는 "꼭 여유 자금으로 장기 투자를 해야 하며 도로를 물고 있는 산을 사들여야 한다"며 "그렇다고 해도 경사도가 급하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25도 이하가 되어야 하며 개발행위 허가가 나오는지를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금까지 연 5~8% 정도 수익을 내고 있다"며 "최근 은행 금리가 낮아져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산지 개발 투자에 대한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씨는 안동'예천권 산에 대한 투자 전망은 밝게 봤지만 청송은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씨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유동 인구다. 안동'예천은 도청과 도 산하기관 등이 이전하면서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땅 시세는 인구 수에 따라 급변한다. 하지만 청송은 이제 시작이다. 농업이 주된 산업이었던 곳에 대형 휴양시설이 들어서지만 일단 운영이 어떻게 되느냐를 지켜보고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또 수익 생각을 해서 산에 있는 나무를 몰래 빼돌리거나 산림을 훼손하는 경우는 관련 법이 굉장히 엄하므로 큰코다칠 수 있다. 산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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