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영비에 발목 잡힌 지자체 국책시설…국비 113억 따낸 한복진흥원 매년 20억 '폭탄'

안동 3대 문화권사업 한국문화테마파크 조감도. 안동시 제공
함창명주테마파크 안에 건립된 상주명주박물관. 이곳 옆에 대한민국 한복진흥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예천 목재문화체험장 조감도. 예천군 제공
안동 3대 문화권사업 한국문화테마파크 조감도. 안동시 제공
함창명주테마파크 안에 건립된 상주명주박물관. 이곳 옆에 대한민국 한복진흥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예천 목재문화체험장 조감도. 예천군 제공

민선 단체장들은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짝을 이뤄 전시관'박물관'공원 등의 시설물을 짓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국비를 끌어와 번듯한 건물을 여러 군데 지어놓고 ○○관, ○○센터 등의 이름을 붙여놓으면 지역 국회의원도, 단체장도 뭔가 큰일을 한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 ○○센터 등이 '폭탄'으로 돌변하고 있다. 운영비 부담이 폭증,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가고 있는 것이다.

뒤늦은 후회를 하는 지자체들은 운영비를 안 주면 국비로 지어주는 건물이 이제 필요 없다는 목소리까지 내놓고 있다.

감사원도 나섰다. 엄청난 국비가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 경우, 기본타당성 조사와 별도로 지자체운영비 재원마련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동 3대 문화권사업, 연간 운영비 180억원

안동 도산면 동부리 일대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과 한국문화테마파크. 한국 정신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유교문화를 현대에 맞게 재발견할 수 있도록 조성하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시작된 이 사업은 32만6천300㎡ 부지 위에 사업비 2천450억원을 쏟아붓는다. 세계유교문화박물관과 세계유교문화컨벤션센터 등이 건립된다.

또 전략사업으로 '예안현(옛 선성현) 문화단지조성'과 '유림문학 유토피아조성' '전통 빛 타래 길쌈마을 조성' 등 사업도 함께 추진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3대 문화권사업의 중간 평가 결과, 최종 사업비는 4천432억원으로 당초보다 13.4%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연간 운영비는 32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43%나 크게 줄어들었다.

안동시는 사업면적이 줄다 보니 운영비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지만 운영비 부담 논란에서 일단 벗어나기 위해 무리하게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운영비가 안동시 예상치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운영비가 줄었다 해도 한 해 180억원은 엄청난 돈이다, 안동시청 전체 공무원 4개월치 인건비에 해당되는 큰돈.

안동시의회 이재갑 의원은 시정 질의를 통해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숫자로 만들었다면 큰일"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공론화를 통해 사업 이후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동시는 "현재 3대 문화권사업 전반에 걸친 운영계획과 운영비를 정확하게 산정하는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비 확보 등 운영비 재원 마련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상주 국립한복진흥원, "우리는 안 한다"

국내 한복 대중화와 한복산업 발전을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상주에 건립되는 대한민국 한복진흥원은 상주의 '폭탄'이다. 국가사업으로 정부가 건립을 지원하지만 건립 후 운영 및 유지비는 상주시가 전액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한복진흥원을 국가투자대상으로 확정하고 총사업비를 226억원(정부 113억원, 경북도 33억9천만원, 상주시 79억1천만원)으로 정했다. 현재 용역을 거쳐 내년 5월쯤 착공될 예정이며 2017년 말 완공된다.

상주가 건립지가 된 이유는 상주가 한복 소재로 각광받는 함창명주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한 해 최대 20억원까지 들 것으로 보이는 한복진흥원 운영비는 전액 상주시가 떠안아야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주시는 건물을 짓는데도 80여억원이나 부담해야 하고 건물을 다 짓고 나면 운영비까지 전액 내놔야 한다. 20억원은 상주시 공무원 전체 1개월치 인건비의 절반에 해당되는 돈이다.

정갑영 상주시의원은 "한복 발전과 진흥은 중앙정부가 해야지 왜 지방이 하느냐"며 "향후 운영비에 대해 국가 지원이 전제되어야 시의회는 사업 승인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사업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 시의회 내부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상주시 관계자는 "지난 9월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비례대표)이 '한복문화진흥 및 한복산업발전에 관한 법률' 을 발의해 국회 계류 중"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복산업의 창업'제작 지원, 국제 교류'협력 지원 등 한복진흥원의 건립 후 국비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운영비 확보 어려워 무용지물 전락 우려

2017년 준공을 앞둔 예천의 산림목재문화체험장. 예천군청 공무원들은 이 시설을 볼 때마다 한숨을 푹푹 쉰다. 운영비가 걱정돼서다.

국비 41억6천만원(국비 80%)을 포함해 총사업비 52억원이 투입된 목재문화체험장 운영비는 준공과 함께 예천군 몫이 된다. 게다가 인근 상리면 옥류봉 일원에 국내 최대 규모 국립산림치유원도 내년 8월 개원을 앞두고 있어 이곳 역시 운영비 부담을 안아야 한다.

예천군 상리면 용두리 일원 432㏊에 조성 중인 목재문화체험장에는 솟대 만들기와 목공예 체험장, 백두대간 나무관찰원, 나무정보센터, 향토방'나무향기방 등 건강'휴식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예천군은 목재문화체험장과 산림치유원 운영비를 더하면 연간 5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천군 내 경로당 342곳의 연간 냉난방비 지원금이 5억4천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예천군으로서는 새 시설의 경비 부담이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예천군은 곤충연구소, 진호국제양궁장, 충효테마공원 등 국비지원 사업을 많이 받아 매년 수십억원의 운영비를 부담하고 있다. 조성 중인 목재문화체험장 등까지 더해지면 재정에 큰 무리가 간다.

특히 '충과 효의 고장' 예천을 상징한다며 만든 충효테마공원은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해 방치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감천면 포리 일원 21만241㎡(6만4천 평) 부지에 총사업비 208억원(국비 50%)을 투입해 2011년 건립한 충효테마공원은 준공된 지 4년이 지나도록 활용이 안 되고 있다. 놀리고 있는 시설에는 현재 관리 공무원 1명과 기간제 임시직 1명 등 2명의 직원이 있는데 인건비 부담만 연간 1억4천여만원이다.

황병일 예천군의원은 최근 예천군 행정사무감사에서 "목재 원산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목재문화체험장 사업을 추진해 앞으로 운영비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따졌다.

예천군 관계자는 "목재문화체험장은 국비 80%를 지원받다 보니 무리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예천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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