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항생제 과다 처방, 국민적 경각심 필요

우리나라는 항생제를 남용하는 최고 수준의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항생제 소비량이 OECD 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나친 항생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높아졌지만,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대구시내 동네의원 10곳 중에서 4곳은 감기로 찾아온 환자의 절반 이상에게 항생제 처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그렇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 상반기 대구 동네의원 1천207곳을 대상으로 '항생제 적정성 평가'를 시행한 결과 40%가 넘는 의원이 3등급 이하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3등급 이하'는 병원을 찾은 감기 환자 중 55% 이상에게 항생제 처방을 한 것을 말한다. 감기는 일부 세균 감염을 제외하면 항생제로 별다른 효과가 없어, 정부에서도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학병원 4곳과 일부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항생제 처방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특히 동네의원과 아동병원이 유'소아 중이염에 항생제 처방을 많이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항생제 과다 처방은 우선 가벼운 증상에도 '독한 처방'을 일삼는 의료계의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했다. 여기에다 항생제를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겨온 국민 의식도 한몫한다.

우리 국민은 음식물을 통해 항생제를 간접 흡수할 여지가 많다. 항생제를 투여해 사육하거나 양식한 축산물이나 어류를 섭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과다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약효가 떨어진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더구나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하는 것도 항생제 오'남용이 원인이다.

항생제의 남용은 내성균을 양산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복병이다. 항생제 과다 처방은 의료 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이제는 전문가 집단인 의료계가 앞장서서 항생제의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 정부도 항생제 사용에 관한 보다 합당한 기준을 마련해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항생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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