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료급식 이웃 배려하는 포용력 아쉽다

대구 비산동 북비산네거리에서 2009년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무료급식을 하던 '사랑해밥차'가 지난달 문을 닫았다. 인근 주민들이 주변 환경을 해친다며 반대 민원을 제기한 탓이다. 또 대구 서구의 한 교회는 16년째 주 1회의 무료급식 운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급식 때마다 최소 50만원이 들지만 기부가 끊기면서 이를 지탱할 수 없어서다.

대구에는 노숙인이나 불우한 소외계층을 위해 무료급식 봉사를 하는 급식 시설이 적지 않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주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는 모두 48곳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종교단체와 자원봉사단체 등 다양한 기관'단체에서 비정기적 혹은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를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무료급식소는 한결같이 한 끼 식사를 통해 이웃의 정을 나누며 불우한 소외계층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경기 불황 등의 여파로 이용자는 줄지 않고 되레 늘어 무료급식 시설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현실의 장애물로 점차 이들 무료급식소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주민 반발에 따른 급식소 폐쇄와 참여단체 감소는 물론 개인과 기업 등의 기부 중단과 감소에 따른 운영난 때문이다.

특히 무료급식소를 혐오시설로 보고 반대하는 이들이 큰 걸림돌이다. '사랑해밥차'처럼 대구역 후문에서 1998년부터 365일 무료급식하던 단체가 종전 21개에서 현재 5곳으로 줄어든 까닭이다. 주 2회 시장 등에서 무료급식하던 단체도 급식소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런 현상은 힘든 소외계층을 더욱 힘들게 하는 일로 성숙한 시민의식과 맞지 않다.

국가와 지자체는 재정 지원을 통해 사회안전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장치에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웃은 여전히 많다. 무료급식소는 바로 이런 소외된 불우이웃을 위한 민간 차원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한다. 이런 소임을 하는 이들 시설을 백안시하거나 혐오시설로 보는 시각은 결코 건전한 시민사회 형성에 도움되지 않는다. 또한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우리 사회는 이들을 포용할만한 충분한 여유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배려하는 시민 의식과 따뜻한 후원의 손길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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