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비 조성 시설물, 합당한 운영비 지원책 필요하다

일단 지어놓고는 지자체마다 운영비 비상

국가차원 필요사업엔 선별지원책도 절실

지방자치단체가 수백, 수천억원의 국비 예산을 끌어와 마련한 각종 시설이 운영비 부족으로 방치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자체마다 비상이 걸렸다. 국책사업으로 건물이나 공원 등을 조성했지만, 시설이 완공된 이후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해당 지역 지자체 부담으로 떠넘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선 단체장들이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합심해 국비를 유치한 가운데 전시관이나 박물관 또는 공원 등을 번듯하게 조성해 놓고는 자신들의 업적으로 공치사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애써 마련한 시설물들이 골칫덩어리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막상 지어놓고 보니 운영비 감당이 안 돼 그러잖아도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자체의 살림을 옥죄고 있어서다.

그러니 일부 지자체에서는 운영비 지원이 어렵다면 국비로 지은 시설물도 필요 없다고 발을 빼고 있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많은 국비가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에는 감사원이 기본타당성 조사와 별도로 지자체의 운영비 재원 마련 대책까지 요구하고 나서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빠졌다.

안동시의 경우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3대 문화권사업(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한국문화테마파크 조성사업)과 관련, 감사원이 '운영비 재원 마련 대책을 수립한 이후에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당초보다 사업비가 4천430억원으로 줄었지만, 운영비가 연간 180억원 정도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상주시는 국비를 포함한 총사업비 226억원이 들어가는 '국립한복진흥원'을 유치했지만, 매년 20여억원의 운영비 부담이 버겁자 시의회에서 사업 반납론까지 나오고 있다. 예천군도 5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은 '목재문화체험장'과 준공 4년이 지난 '충효테마공원' 운영비 때문에 심각한 재정 부담을 안고 있다. 안동 '임란역사문화공원'은 안동시가 운영비 부담을 해당 문중에 떠넘기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인과 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국비 확보에 나서면서 일단 지어놓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한 사업들에 대한 부작용이 잇따른다. 여기에는 정부 책임도 크다. 사전에 철저한 심사를 바탕으로 운영의 지속성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수요 조사와 운영비 마련 대책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기왕 건립한 시설물을 놀리는 것 또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지자체가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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