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직접 '관광 대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행정기관이 투어 코스를 개발해 관광지를 홍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손으로 새로운 '관광 대구 지도'를 그리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구의 소문난 빵집을 돌아다니는 이른바 '빵지 순례' 코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일부 교사들은 대구의 근대 유적지를 견학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싫어하는 수학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투어를 개척했다. 또 드라마나 영화 촬영 장소를 돌아보는 '드라마 투어' 등 이색 코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매스(Math) 투어
올해 초 대구 수학교사 8명으로 구성된 동호회 '매스 투어 연구회' 교사들은 대구 근대골목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학 문제를 냈다.
'동산의료원에 있는 대구 최초 사과나무의 4세목이 자랄 수 있는 최대 그루 수', '3'1 만세 운동길 계단 개수' 등 현장을 돌아다니며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교사들은 많은 학생이 수학에 도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해버리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역사와 수학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는 '매스 투어' 아이디어를 냈다.
이 코스는 동산의료원 사과나무에서 출발해 동무 생각 노래비, 3'1 만세운동길 등을 거친 뒤 화교 소학교까지 이어진다. 코스를 완주하며 총 11개의 문제를 푼다. 문제에는 비례식, 연립방정식, 도형 등 교과 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올해 4월부터 중구청과 함께 시작한 매스 투어에는 지금까지 총 80여 명의 학생이 다녀갔고, 지역 학교의 관심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교사들은 중구청과 함께 문제 해설, 코스 안내를 위한 전단 제작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서미나 대구 경서중학교 교사는 "수학뿐만 아니라 역사, 예술, 근대 문화를 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만큼 학생, 학부모 모두 반응이 좋다. 김광석길, 동성로 등 대구의 다른 명소들도 돌아본 뒤 매스 투어 공간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했다.
◆빵지 순례
전국 곳곳의 맛있는 제과점을 투어하는 '빵지 순례'도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년 새 대전의 튀김소보로, 군산 단팥빵 가게 등 지역의 숨은 제과점이 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대구의 일부 제과점도 덩달아 유명세를 탔다.
빵 투어를 주목적으로 타지에서 대구로 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자 대구시는 올해 가을 관광주간(10월 19일~11월 1일) 동안 시범적으로 '빵지 순례' 코스를 운영했다. 가창 찐빵거리와 마약 옥수수빵, 단팥빵 등으로 유명한 제과점 다섯 군데를 투어 코스로 정했다. 이 중 두 곳과 대구의 다른 관광지 한 곳의 스탬프를 받아오는 관광객들에게는 기념품을 제공했다.
신세나 대구시 관광과 주무관은 "최근 SNS나 블로그에서만 보던 시민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정식 관광 코스로 되기도 한다. 기존의 식상할 수도 있는 관광지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드라마 투어
최근에는 대구가 드라마와 영화의 주 무대로 등장하면서 '드라마 투어' 관광객이 늘고 있다.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처럼 전국적으로 이름이 난 유명 촬영 장소 외에도 올해는 수성못, 김광석길, 도시철도 3호선 등 대구 곳곳이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했다. 특히 현재 상영 중인 영화 '검은 사제들'에 등장한 동성로, 남산동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 캠퍼스, 월배성당 등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연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중구청은 드라마와 영화 속 대구 명소를 투어 코스로 엮는 '테마 코스'를 구상 중이다.
김현정 중구청 골목관광담당은 "과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영화에서부터 최근 반응이 뜨거운 작품들을 엮고 나서 코스 상시 운영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까지 그러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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