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감사와 '긍정 경험지수'를 아시나요?

어릴 적 내가 살던 마을에서 처음으로 흑백텔레비전을 본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바로 옆집에 살던 참전용사 배 소령이란 분의 집이었는데, 마을 유지였던 그분 집에 놀러 가 집 중간 마루에 놓인 신기한 물건에서 나오는 장면을 보며 얼마나 신기해하고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부모님과 그집 부모님의 눈치를 번갈아 보며 평소 잘 씻지도 않던 발도 씻고 찾아가 정말 행복해 하며 보았다. 우리 집도 텔레비전이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부러움과 동시에 텔레비전을 보는 그 순간에는 나 자신이 특권을 누리는 것 같은 생각과 행복감이 어린 마음에 깊게 밀려왔다.

지금은 집집마다 2, 3대의 텔레비전은 기본이요 차 안이나 심지어 휴대폰을 통해서도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다. 40여 년 전과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의 삶은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상상할 수 없는 풍족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나 모든 삶의 부분에 있어서 많이 어렵고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30, 40여 년 전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대인의 삶은 메마르고 과거에 비해 오히려 가슴 뛰는 설렘이나 행복감이 거의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그것은 환경의 문제가 아닌 '마인드의 문제'이다. 바로 과거보다 정말 더 못한 요인들이 많기보다는 감사가 사라진 것과 너무도 부정적인 심리가 온 사회와 우리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 그리고 각종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보면 도무지 감사나 긍정의 글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가뭄에 콩 나듯이 선행 사연 한두 가지가 양념처럼 나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글들과 내용이 우리가 숨 쉬는 곳곳마다 비난과 비판, 불평, 부정적 진단으로 온통 뒤덮고 있다. 물론 건전한 비판과 불평, 그리고 부정적 진단이 때로는 더 나은 진보와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발전을 가지고 오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며 악성 바이러스처럼 전체를 병들게 하는 부정적 요소가 더 많다.

긍정심리학의 거장 마틴 셀리그먼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긍정주의 조사'에서 상위 50% 긍정적 세일즈맨이 하위 50% 인력들보다 37% 높은 실적과 낮은 이직률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사람들보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도 탁월하게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람의 행복 결정요인들의 합이 10이라고 할 때 5는 '유전적 요인'이요, 4는 '의도적 활동', 1은 '환경적 요인'이라고 한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행복을 결정하는 변수는 '의도적 활동 요인'이다. 사람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즉 마인드를 바꾸어서 긍정의 마인드와 감사의 마인드로 바꾼다면 지금 느끼는 행복보다 40%는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14년 미국 갤럽에서 전 세계 138개국을 대상으로 '긍정경험지수'를 조사해서 발표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9점으로 가봉, 팔레스타인 등과 공동 118위로 나타났다.

행복은 소유의 크기가 아니라 감사와 긍정지수의 크기에 비례한다.

필자는 신혼부부가 주례를 부탁하러 오면 꼭 하는 말이 있다. "다 갖추고 시작하지 말라"이다. 살면서 하나하나 장만하고 갖추어 가며 느끼는 작은 행복을 빼앗지 말라는 것이다. 순간순간 작은 감동과 행복을 느끼며 살라는 말이다.

나의 '감사와 긍정경험지수'는 과연 얼마일까? 의외로 생각하는 것보다 적게 나타날 것 같다. 행복은 깨닫는 자의 몫이요, 마인드를 바꾸는 자의 몫이다. 감사와 긍정 바이러스가 내 몸에 가득차고 이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퍼지면 좋겠다.

장창수 대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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