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말하겠다. 신에게 맹세코, 이들은 절대로 무슬림이 아니다. 이들은 단지 종교를 빙자해 다른 사람들을 노예로 삼으려는 자들이다. 이들의 눈에는 같은 무슬림도 자신들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들은 이들의 눈에 같은 인간이 아니다. 이들이 위험한 이유는 전 세계를 이런 세상으로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페브지예 아브니 코바니시의회 여성의장 인터뷰, p.176)
저자는 IS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과 더불어 경계심을 일깨워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시리아 북부 코바니에 머물면서 직접 만났던 쿠르드 민족과 예즈디 사람들의 삶을 통해 IS를 이야기한다. 왜 시리아에서 IS가 급성장했는지, 왜 쿠르드 민족은 IS와 맞서 싸우는지를 직접 만났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하여 담담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전한다.
특히 쿠르드 예즈디인들이 겪은 IS는 충격적이다. 예즈디인들은 쿠르드 민족이지만 무슬림이 아니라 쿠르드 전통종교인 예즈디교를 믿는 사람들로 쿠르드와 IS의 전쟁 중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저자는 직접 예즈디 난민촌을 찾아가 IS가 이슬람제국을 선포하고 난 후에 주변 도시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입은 피해들을 듣고 생생하게 증언한다. 2014년 8월 한 달 동안 IS에 의해 처형된 예즈디 남자들만 5천 명에 이르고, 포로로 잡힌 예즈디 부녀자들은 성노예로 노예시장에서 매매되고 있다.
또한 난민도시로 변해버린 터키 국경도시 수루츠에서 만난 쿠르드인들의 이야기로부터 쿠르드와 터키, IS의 관계에 대하여 설명한다. 터키가 쿠르드를 견제하기 위하여 물밑으로 IS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쿠르드 민족이 자치행정을 시작한 코바니가 IS에 점령당한 것을 보고도 터키는 국경폐쇄 외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다. 코바니는 쿠르드 민병대에 의해서 수복되었으나 아직도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세계가 IS를 인류 공동의 적으로 규정했고 또 직접적인 타격에 들어갔지만, 터키 정부는 IS의 반인륜적인 만행을 단 한 번도 비판한 적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실 터키가 적이라고 간주하는 단체는 IS가 아니라 IS에 맞서 코바니에서 싸우는 쿠르드 민병대이다. 터키에서 IS는 터키의 적인 쿠르드 민병대와 맞서 싸우는 무장단체 정도로 간주될 뿐이라는 주장이다. 터키 정부의 사보타주 정책으로 인해 코바니에서 IS에 맞서 싸우는 쿠르드 민병대는 한동안 철저히 고립된 상태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이 밖에도 이 책은 이집트에서 만난 무슬림들의 삶을 통해 IS를 지탱하는 이슬람 문화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 이집트는 이슬람 문화를 대표하는 국가이다. 이집트 사회는 세속적인 무슬림이나 극단적인 무슬림이 공존하는 사회이며, 기독교인들도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운 이슬람 문화를 보여준다. 반면에 IS가 점령한 지역에 강제로 심으려고 하는 이슬람 문화는 급조된 극단주의적 문화이며 지하드를 통해서 만들어진 군사적인 문화로 평화로운 이슬람 사회와 화합할 수 없는 문화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IS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하영식은 1965년에 대구에서 태어나 노동운동을 하다 한국을 떠났다.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멕시코 빈민 지역 선교사, 미국 중고등학교 교목, 폴란드 산골 영어 교사, 이스라엘 키부츠 운영위원, 아테네 대학 동양문화 강사 등으로 활동했다. 분쟁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유수의 매체에 기사와 칼럼을 기고했다. 올해 1, 2월 매일신문에 '이슬람 극단주의 광기, 공포와 슬픔의 현장' 시리즈를 연재하기도 했다. 301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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