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한 남자의 정신치료 이야기

이 서평을 읽기 시작한 독자 여러분이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세계가 많음을 인정할 것이다. 색맹이 보는 세상에 대해선 이제 인터넷에 자료가 많이 올려져 있지만, 사후(死後)세계는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아마) 밝혀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자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을까?

이 책의 필자는 1953년생, 현재 63세의 남성이다. 대구경북의 명문 사학에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다녔으며,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유명한 공기업과 그 출자회사에서 30년간 봉직했다. 보통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24세이던 1976년부터 2013년까지 37년 동안 정신치료를 받는다. 상담 횟수만 1천130회나 되었다.

그 시작은 대학교 3학년 2학기. 끊임없는 망상과 미칠 것 같은 불안이 필자를 덮쳤다. 책만 펼치면 망상이 머릿속 깊은 어딘가에서 줄줄 솟아나온다. 무서운 무엇이 눈앞에 있어 불안한 것이 아니라 그냥 불안이 일어나는데, 가만 앉아 있어도 불안이 등 뒤에서 슬며시 온다.

경계선적 인격장애라는 게 당시 서울 성북동에 개업해 있던 도정신치료 창시자 이동식 선생의 진단이다. 극한의 공포와 불안이 절망적 공허감을 낳고(탐), 분노 불안 공포를 부르며(진), 그 반동으로 과대망상과 위선 환상의 무한 도취에 집착(치)하는 상태다. 정직과 용기와 인내로 치유에 성공했다.

참담한 병적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어서 필자는 부끄럽다고 했다. 하지만 마음의 병으로 고생하는 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책을 낸 보람이 있겠다고 했다. 정신질환자의 내면세계를 소상히 들여다봄으로써 전문가에겐 참고자료를, 일반인에겐 인간이해와 자기성찰의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285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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