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태맹의 시와함께] 손자의 선물

#손자의 선물 -정송자

손자가 선물한 바닷가 조약돌

다섯 알에서 바다 냄새가 나네요

고래 임금님 똥

인어 공주님 똥

물개 똥

거북이 똥

갈매기 똥

손자가 선물한 다섯 알의 똥에는

개나리 노란 굴비구이 냄새

해바라기 손바닥 조개구이 냄새도 나네요

손자의 머리맡 다섯 알의 똥 안에

철썩철썰 바다 소리가 나네요

바다가 보여요

#됐다고마 -정숙자

이상하제 머리가

돌아갈라케도 안 돌아간다

히안하지

나는 아예 안 할라꼬

생각했는데 비도 안 한다

됐다고마

(전문. 『시가 뭐고』. 삶창.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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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라 하니/ 눈아피 캄캄하네/ 글씨는 모르는데/ 어짜라고요"(전문. 시-박점순) 하던 칠곡의 할매들이 시집을 냈다. 시집을 읽으면서 시적 상상력과 리듬은 문화적 소양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나오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사랑이라카이/ 부끄럽따/ 내 사랑도/ 모르고 사라따/ 절을 때는 쪼매 사랑해조대/ 그래도 뽀뽀는 안해밧다" (전문. 시-박월선)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할매들의 시적 리듬은 우월하다. 할매들은 "햇빛에 고라 있는 꽃다지 냉이꽃 된장꽃(이)/ 마음이 아프"(김숙이)고, "검은깨 농사지어서/ 또 다 농가 먹어야지"(박차남) 마음을 쓰고, "갈 때대가 곱게 잘/ 가느 게 꿈"(박금분)이다. 그냥, 이쁘다. (위 시에서 "비도 안 한다"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말. 고향이 경상도 아닌 분들은 검색보다 경상도 친구에게 물어보시는 게 빠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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