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생활예술, 접근 방식부터 논의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체육은 '보는 체육'(엘리트체육)에서 '하는 체육'(생활체육)으로 정책이 급변했다. 메달에만 집착하는 것보다는 국민의 체력 증진이나 여가 선용을 위한 생활체육을 장려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14년, '문화'에도 같은 논리가 강조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문화융성'을 이야기하면서 새롭게 강조되고 있는 것이 바로 '생활문화' 혹은 '생활예술'이다. 예술인들의 전문적인 예술활동도 좋지만, 일반 시민들이 누구나 참여하고 생활 속에서 즐기는 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지난 3일과 4일 대구 프린스호텔에서 개최된 대구문화재단 주최 '대구공연문화중심도시 조성 국제심포지엄' 역시 이런 필요성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유럽문화네트워크(ENCC)와 싱가포르, 일본 벳푸 등의 생활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참석해 '시민 자생적 문화예술활동 기반 조성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킹'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발제 중 ENCC 참석자들의 이야기는 새겨들을 만했지만, 우리의 실상과는 너무 동떨어져 허탈감마저 들기도 했다. 현재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는 '글로벌 네트워킹'이 아니다. 생활문화, 생활예술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조차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의 생활예술은 '공동체'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마을이 하나가 되고, 사회통합에 중요한 고리로 역할하며,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 그들이 생활예술을 강조하는 기본 전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행되고 있는 각종 생활예술 관련 프로그램들은 '실적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인상이다. 한여름 뙤약볕에 단 한 명의 관객도 없는 가운데 각종 아마추어 동아리를 불러놓고 '생활예술제'라는 명목으로 공연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서 과연 그것이 생활예술 촉진에 얼마나 기여할까?

예술이 생활 속으로 깊숙이 녹아들기 위해서는 가장 가깝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공동체' 운동이 중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 대한 기본 논의부터 이뤄져야 현재 수없이 쏟아지고 있는 각종 '생활예술'과 관련한 예산들이 제대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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