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안철수의 손익 셈법

서울시장 후보·대권 후보 잇단 양보

정치적으로 손해 본 장사 일단 아냐

탈당과 창당으로 야권 재편 부를 듯

'일요일의 사나이'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했다. 야권 재편의 핵으로 부상한 안철수 의원의 본격적인 정치판 등장은 불과 4년 3개월여 전인 2011년 9월 1일이었다.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더라는 시인 바이런 말처럼, 어느 날 갑자기 한국 정치판에 등장했다.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경북 안동에 사는 시골의사 박경철과 함께 두 달에 걸쳐서 전국을 투어한 청춘 콘서트 덕분이었다. 기성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신선함을 무기로 청년층을 파고들었다. 그해 9월 9일 경북대 대강당에서 열린 청춘 콘서트에는 무려 2천500여 명이나 몰렸다. 좌석표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은박지와 스티로폼을 깔고 계단에 옹기종기 앉다 못해 무대 위에까지 빼곡히 몰려들었다. 광우병 시위에도 꿈쩍 않던 지역 대학생들이 안철수의 청춘 콘서트에 들어가기 위해 400여m 이상 줄을 섰다.

그렇게 대중 앞에 다가선 안철수의 인기는 급부상하여,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막상막하의 지지율을 보일 정도로 돌풍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부상한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무명의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했다.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 좀 밀린다 싶자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큰 전환점이 된 로자 파크스의 사례를 든 편지를 박 후보에게 전달하면서 지지를 간접 독려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후보 양보에 이어서 지난 대권 후보마저 문재인에게 양보하자 지지자들은 "때마다 철수하냐"며 실망을 금치 못했고, 일반 여론은 선거 현장에 직접 뛰어들지 못하고 간만 본다고 '간철수'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회찬 전 의원의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진 서울 노원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쉽게 당선된 안 의원은 이후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여 잠시 공동대표를 맡았다가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책임지고 물러났다.

그렇게 새정치민주연합과의 불편한 동거를 해오던 안철수 전 대표는 13일 탈당 선언에서 "늘 야당의 통합과 정권 교체를 위한 선택, 즉 대통령 후보를 양보했고, 선거를 앞두고 통합했으나 정권 교체는 실패하고 정치 혁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손해 본 장사를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면서 대권 후보로 부상했고, 대권 후보를 양보하면서 정치적 명분을 쌓아나가는 실리를 챙겼다.

이제, 1년 9개월간 한배를 탔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 대표와 안 전 대표가 각자도생에 들어서면서 야당의 판도도 출렁이고 있다. 탈당 선언에서 안 의원은 두 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하나는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겠다는 것이고, 다음은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두 가지 목표를 내세웠으나 실은 한 가지다. 결국 안 전 대표 본인을 간판스타로 내세운 빅텐트를 쳐서 내년 4월 13일로 예정된 제20대 총선을 치르고 2018년 대선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총선에서는 공천권을 행사하고, 대권에서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러나 입만 떼면 혁신을 부르짖는 안 전 대표의 탈당 기자회견이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인 것과 알맹이가 빠진 것은 실망스럽다.

새로운 정치로 국민께 보답할 것이라고 말을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신당을 창당할 것인지, 이미 창당된 신당에 합류할 것인지, 누구랑 같이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일요일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기자들의 현장 질문은 하나도 받지 않았다. 퇴장 중간에 스탠딩 답변도 했던 말만 되풀이했을 뿐 새로운 사실을 보탠 것은 없었다. 말로 혁신을 부르짖기는 좋아도, 실제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가 보다. 정치적 내공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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