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선거구 획정 표류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사실상 박탈이다

내년 4월 총선의 선거구 획정이 표류하고 있다. 오늘로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이자 선거구 획정을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시한이 됐으나 여야 간 협상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쪼개지면서 상황은 더욱 꼬였다. 이런 야당의 사정에 비춰 정개특위가 재개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정개특위가 오늘 중 선거구 획정을 못하면 내년 총선 출마 희망자는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헌재 판결에 따른 선거구 획정 입법시한인 이달 31일을 넘기면 내년 1월 1일부터는 현행 선거구가 없어지고, 예비후보 등록도 취소된다. 출마 희망자로서는 어디에 출마하고 어느 지역 유권자에게 얼굴을 알려야 하는지 유권자로서는 누가 출마하고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게 되는 희한한 사태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는 정치 신인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을 넘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는 것이란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정치 신인이 자신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유권자가 누구를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면 선거 민주주의는 밑에서부터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총선 6개월 전까지 선거구획정위가 획정안을 마련한 뒤 선거 5개월 전(11월 13일)까지 국회가 이를 통과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선거구 획정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려는 여야의 탐욕이 이런 법 규정을 사문화시킨 것이다.

현행 선거구 무효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거구 획정안의 본회의 직권 상정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하지만 어떤 안을 직권 상정하든 선거구 획정에 대한 여야의 셈법에 비춰 여야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를 바라보는 자세다. 19대 국회는 이미 최악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미 늦었지만 연말까지 남은 기간에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짓는다면 '최악 중의 최악'이란 오명은 그나마 벗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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