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의 중국 칭다오 국제진료센터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주 중국에서 칭다오협력구와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내년 2월 본 계약을 체결한다. 칭다오 국제진료센터엔 건강증진센터, 소화기센터, 미용성형상담센터, 모발이식센터 등 경북대병원이 강점을 가진 선진 의료 시설이 들어선다. 3일 이상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대구로 데려와 치료한다. 건물은 칭다오협력구가 500억원을 들여 내년 중 1천650㎡ 규모로 짓는다. 경북대는 병원 설립에 관한 자문과 의료진 지원, 교육, 경영 등을 맡고 매출 일부를 수익으로 잡는 구도다.
경북대병원의 중국 진출은 메디시티를 표방해온 대구로선 더없는 호재다. 의료시장으로서 중국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중국의 한 개 성(省) 인구는 대략 5천만~1억 명에 이른다. 성 하나와 인연만 잘 맺어도 대구 의료계로선 안정된 먹거리를 창출하게 된다. 중국에는 그런 성이 23개나 된다. 중국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의미가 적지 않은 셈이다. 경북대병원은 내년부터 중국 의대생을 교육한다. 북경의대 MBA과정 수강생을 대구로 데려와 1인당 300만~500만원의 교육비를 받고 10일간 신의료 기술 교육을 하기로 한 것이다. 국립대 병원이 공식 협약을 통해 해외 의료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처음이거니와 중국 의사에게 신의료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처음이다. 중국이 경북대병원의 의료 기술과 브랜드 가치를 인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무리가 없다.
현재 약 8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 국제의료시장은 미래 먹거리로 늘 거론된다. 대구를 비롯한 각 도시들이 메디시티를 내세우는 것도 잠재성을 높이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 의료관광산업의 종합 경쟁력을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19위 정도로 분석한 바 있다. 인적 자원 부문은 31위, 관광산업 성장성은 33위로 꼴찌에 가깝다.
의료 관광에 있어서는 태국이 선진국이다. 태국은 의료 서비스에 스파, 마사지 등 건강관리, 관광자원을 결합시켜 의료 관광 대국으로 우뚝 섰다. 올해 태국은 300만 명의 의료 관광객을 유치해 100억달러를 벌어들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비하면 지난해 27만 명의 의료 관광객이 찾았던 우리나라는 초라하다. 지난해까지 대구를 찾은 의료 관광객은 연간 수백 명에 지나지 않았다. 정부는 2020년에야 외국인 환자 100만 명을 유치하고, 의료기관 200개를 해외에 진출시킨다는 계획이다.
중국 의료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진료 횟수는 연평균 8.9%씩 증가하는 중이다. 국영이 아닌 민영 의료기관의 성장률은 연 15%를 넘는다. 해외 의료기관의 중국 진출 역시 호기다. 이런 때 경북대병원이 중국 의료시장에 뛰어든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렇다고 중국 의료시장이 마냥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중국의 의료 기술은 우리나라보다 10~15년 뒤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문화대혁명 당시 많은 의사들이 처형됐기 때문이다. 다른 부문에서 중국은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를 따라잡고 있다. 의료 부문 격차 역시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중국의 의료 수준이 우리와 대등해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우호적인 개방정책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는 금물이다.
경북대병원의 중국 의료시장 진출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대구 의료계와 중국 의료계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인가, 또 다른 도시로 협력이 확대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경북대병원과 칭다오협력구의 MOU 기간은 3년이다. 쌍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1년씩 연장한다. 협력을 이어가려면 대구 의료 기술이 중국 의료 기술보다 늘 한 발짝 혹은 몇 발짝 앞서 가야 한다. 이는 중국 의료가 대구 의료 수준을 따라잡는 이상으로 경북대병원의 의료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의미다. 경북대병원은 이래저래 더 바빠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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