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신은경 '진실 혹은 거짓'

벼랑 끝 신은경 눈물 아닌 증거가 필요하다

배우 신은경이 각종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진실 여부에 대한 공방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신은경과 전 소속사 런엔터테인먼트의 채무 관련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불거진 이번 논란은 양측이 극과 극의 입장을 내놓으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런엔터테인먼트 측이 신은경의 빚을 갚아주는 등 그의 상황을 배려해주느라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신은경 본인은 그에 반하는 말로 맞서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돌보지 않았다는 증언과 신은경이 백화점 매장에서 가져간 1억여원의 의상비로 인해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는 한 점원의 증언까지 나왔다. 또한, 런엔터테인먼트 이전에 신은경과 일했던 한 연예기획사 대표까지 가담해 신은경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사실상 신은경을 둘러싼 모든 이들이 증거까지 내놓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신은경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할 뿐 해명에 따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인지도 높은 여배우와 그의 주변에서 이어지고 있는 폭로, 진실 여부를 떠나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사건이라 대중을 놀라게 만들고 있다.

주변인들 입 모아 고발, 신은경만 "말도 안 된다" 주장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건 지난달 알려진 신은경과 런엔터테인먼트 간의 정산금 채무 및 명예훼손 소송이다. 당시 런엔터테인먼트 고송아 대표는 신은경이 자사에 2억원이 넘는 채무가 있는데도 갚지 않았다며 수원지방법원에 형사 및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고 대표는 신은경이 알리지도 않고 새 소속사로 이적했으며 회사에 채무가 있는 상태에서도 1억원을 재차 빌려 초호화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신은경은 현 소속사 지담을 통해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언론플레이'라며 즉각 대응했다. 이에 런엔터테인먼트는 영수증 등 증거 자료까지 제시하며 내뱉은 말에 힘을 보탰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며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던 와중에 신은경의 아들을 키워주고 있는 전 시어머니가 "신은경이 이혼한 2007년부터 손자를 홀로 키우고 있으며 지난 8년간 단 두 차례 정도 찾아온 게 전부"이며 "신은경이 자신의 주장처럼 전 남편의 채무를 갚아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털어놓으면서 '판'이 커지기 시작했다. 앞서 신은경이 SBS '힐링캠프'에서 뇌수종에 거인증으로 장애 1급을 받은 아들을 거론하며 눈시울을 붉혔던 터라 본격적으로 진실 공방에 불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희한'하게 흘러가더니 급기야 신은경이 런엔터테인먼트 이전에 몸담았던 전 전 소속사 대표까지 나서 폭로전에 동참했다. 회사 법인카드를 활용해 수백만원대 쇼핑을 하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고, 문제 제기를 하면 아들 핑계를 대는 등 이중적 면모를 보였다는 등의 내용이다. 전 남편의 채무를 갚아주고 있다는 신은경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심지어 공형진 등 동료 연예인까지 유사한 내용으로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궁지에 몰린 신은경은 결국 MBC '리얼스토리 눈', 그리고 각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신은경은 "친정어머니가 아들을 데리고 나오면 멀리서라도 지켜보곤 했다. 최근까지 아들을 봤고 놀이동산도 갔다"며 "양육비도 지속적으로 주진 못했지만 유모 월급 외 병원비 등 상당 부분을 지급해왔다"고 '거짓 모성애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전 남편의 채무 변제 건에 대해서도 "남편이 운영하던 기획사에 소속돼 있던 시절, 계약했던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 빚을 갚고 있다. 나도 모르게 이뤄진 출연계약이었다"며 "남편이 사업 외 타 용도로 돈을 사용했다. 아이 아빠이기에 더 이상은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백화점 의상비 논란에 대해서는 "출연 예정이었던 드라마가 무산돼 옷값을 드리지 못했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담당자 분이 오히려 제가 힘든 상황이었음을 알고 격려해주더라"고 이해를 구했다.

'신은경 죽이기'인가, 신은경의 허언증인가

이후 신은경은 SBS '한밤의 TV연예'에도 출연해 2013년 4월 아들과 함께 놀이공원 등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그 뒤에도 친정어머니가 집 앞으로 아들을 데리고 와 종종 봤다. 최근에 못 본 건 사실이고 그전에도 매달 찾아갔던 건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 비난해도 좋지만 몇 개월 못 봤다고 내 아이가 아닌 건 아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공황장애가 심해지고 있다"며 감성적인 접근으로 여론에 호소한 신은경의 노력과 달리 관계자들은 최초 증언의 내용을 번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런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재차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다시 한 번 신은경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신은경을 향한 여론도 싸늘해졌다.

사실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간의 다툼은 이 바닥에서 흔한 일이다. 주로 이적 및 정산 등 계약관계의 문제로 갈등이 시작되곤 한다. 대개 이런 경우 해당 연예인과 기획사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며 싸우다 연예매니지먼트협회의 중재를 받거나 법정 공방을 펼친다. 폭로전 등 지저분한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그렇다고해서 이번 케이스처럼 전 전 소속사, 그리고 전 전 소속사의 매니저와 전 소속사의 매니저, 시부모님과 동네 주민 및 백화점 점원, 동료 연예인까지 일괄적으로 같은 주장을 하며 해당 연예인을 궁지에 몰아넣는 경우는 없었다. 일부러 말을 맞춘 것도 아닌 듯한데 "더 이상 못 봐 주겠다"며 하나둘씩 나타나 신은경의 잘못을 들추고 나선다. 의도적인 담합이라고 하기엔 그다지 주도면밀해 보이지도 않는다. 이쯤 되면 정황상 신은경의 잘못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신은경 본인만 빼고 모든 이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 그러다 보니 대중도 '신은경에게 허언증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하고 있다.

앞서 신은경은 1990년대 인기 드라마 '종합병원'의 주연으로 중성적 매력을 어필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 1996년 무면허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쳐 모든 활동을 접어야 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창'에서 파격적인 노출까지 강행하며 가까스로 재기에 성공한 후 '조폭마누라' 등의 작품으로 2000년대 초반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2003년 당시 소속사 대표와 결혼했다가 3년 만에 이혼했고, 그 뒤로 사업에 실패한 전 남편의 채무를 갚아주며 살아가는 의리 있는 여자로 이미지 메이킹했다. 당시 채무 관계로 소송에 휘말릴 때도 신은경의 소속사에서는 '전 남편'을 거론하며 신은경이 그만큼 고생하고 있다고 어필했고, 이 말을 들은 매체 기자들도 그 내용을 믿었다. 필자 역시 그 당시 신은경 측으로부터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던 관계자들이 지금 돌변해 그 시절과 확연히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으니 이 자체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싸움이 벌어질 때 그 싸움의 배경에 깔린 진실 여부는 당사자 양측 외에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는 신은경을, 여러 관계자들이 내놓고 있는 유사 주장을 토대로 무작정 몰아세울 순 없다. 다만, 구체적인 반박도 하지 못하고 감성에 호소한 후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신은경의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 신은경과 현 소속사 지담은 연예매니지먼트협회 상벌위원회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는 등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구체적인 증거 및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 향후에도 이 싸움은 긴 시간 지루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신은경 역시 본인의 주장이 진실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더 이상 연기 활동을 이어나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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