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강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던 삼성 라이온즈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 해외 도박 파문의 여파로 통합 5연패가 좌절됐고, 그룹 스포츠부문 구조조정에 따라 독립 계열사에서 제일기획 스포츠단 소속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야구단 대표이사가 5년 만에 교체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력 약화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2016 시즌 '사자 군단' 주장에 선임된 박한이(36)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팀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는 구심점이 돼야 한다. 더욱이 내년은 새로운 홈 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맞는 첫해다.
2001년 데뷔 이후 줄곧 삼성의 푸른 유니폼만 입은 박한이가 주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팀 내에서 이승엽(39) 다음 연장자인 데다 그동안의 활약상을 고려하면 다소 늦은 감마저 있다. 삼성의 캡틴이 2011'2012년 진갑용(41), 2013'2014년 최형우(32), 2015년 박석민(30)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위기를 헤쳐나갈 주장으로서 제격이다. 충실한 동계훈련 덕분에 해마다 잔 부상 없이 활약, 15년 연속으로 세자릿수 안타를 때려냈다. 그가 시즌 100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것도 갈비뼈 골절 등 불운이 겹친 올해(94경기)가 처음이었다.
어려운 시기에 주장 완장을 찬 박한이는 '스마일 야구'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각오다. 그는 14일 "자칫 분위기가 처질 수 있는 시기인 만큼 팀 전체의 사기 진작이 중요하다"며 "후배들이 밝은 분위기 속에 야구에만 몰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 목표 역시 당연히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며 "선수단이 똘똘 뭉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통산 1천805경기 1천922안타 1천87득점 767타점을 기록 중인 그는 내년에 대망의 2천 안타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양준혁(2천318개), 장성호(2천100개), 이병규(2천42개), 홍성흔(2천36개), 전준호(2천18개) 등 한국 프로야구에서 5명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양준혁에 이어 두 번째인 16년 연속 100안타 역시 가시권에 있다.
우리말에는 '사자 어금니'라는 표현이 있다. 힘들여 하는 일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나 물건을 뜻한다. '사자 군단'의 새 주장, 박한이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몫을 다 해내온 박한이의 리더십에 '삼성 왕조'의 화려한 부활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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